국제 국제일반

[해외 석학에 듣는다] <2>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

美경제 여전히 취약… 국가부채한도 갈등에 10월 큰고비 올 것<br>연준 성장 전망 너무 낙관적 출구전략 제시도 다소 일러<br>버냉키 발언에 시장 과민반응 1994년같은 환란은 없을것<br>오바마 경기 부양책 지지 차기 연준의장 누가 돼도 기존 정책기조 유지 예상


"차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를 누가 이끌더라도 정책적으로는 '버냉키 스타일'을 유지할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 경기부양 정책을 지지하는 인사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선택할 것이 분명합니다."

미국 내에서 중앙은행 연구의 최고권위자로 인정받는 앨런 블라인더(사진) 프린스턴대 교수는 내년 1월 버냉키 의장이 퇴임하더라도 연준의 정책기조는 현재와 달라질 것이 없다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뒤 프린스턴대에서 버냉키 의장과 나란히 연구실을 썼던 블라인더 교수 역시 버냉키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경제는 지난 6월 말 뉴욕을 방문한 그를 인터뷰하고 이후 e메일을 통해 미국 경제현안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보충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6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로드맵을 제시했을 때 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데 대해 "버냉키 의장은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으로 해석했다"며 이러한 시장의 과잉반응이 출구전략 실행 전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국 경제가 오는 10월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국가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2011년 여름과 같은 충돌사태를 연출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미 경제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연준의 채권매입 축소 스케줄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출구전략 자체는 적절하고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시기가 조금 이른 감이 있습니다. 6월 이후 시장이 보였던 과잉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죠. 버냉키 의장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엑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구전략이 나오면 금융시장이 과잉 반응할 것이라고 우려하셨는데 한동안 변동성이 커졌던 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연준은 미래 시점의 정책을 설명하는데 시장은 이를 당장 다음주 화요일에 일어날 일로 받아들이지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버냉키를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이에 대해 설명하며 시장은 여기에 큰 반응을 보이는 패턴이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입니다. 연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채권매입 축소ㆍ중단, 금리인상 등의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봅니다.

장기금리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2%인 상황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준 내 정책결정권자들 대다수는 현시점에서 장기금리 인상을 원하지 않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연준의 출구전략이 1994년 금리인상 때와 같은 금융시장 혼란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1994년 당시 연준에서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연준은 금리인상이 당연히 소프트랜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고 그에 맞춰 플랜을 짰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났지요. 이번에도 출구전략이 실행되면 혼란은 반드시 일어날 것입니다. 가능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은 과도하고 빠르게 반응하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시장 혼란이 곧 '재앙'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1994년에도 채권 트레이더들은 큰 손실을 봤지만 미국 경제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연준의 의도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고용시장 역시 개선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연준이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장 컨센서스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 경제의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금리가 올라간다면 주택시장이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소비 부문에서도 세금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10월께 국가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혼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구도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보다 또다시 미봉책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버냉키 의장의 퇴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연준 의장으로서 그의 역할에 대해 평가해주시지요.

관련기사



▲버냉키는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게 중앙은행 수장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우선 금융위기 수습에서 연준은 그의 지휘 아래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격적인 금리인하, 모기지채권(MBS) 매입 등의 조치를 적절한 타이밍에 실시했습니다. 위기국면이 일단락된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에서는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면 더 이상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했지만 버냉키는 양적완화(QE), 오퍼레이션트위스트(OT) 등 과거 일본에서 처음 도입됐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미 경제회복을 이끌고 있습니다. 학점으로 본다면 버냉키의 성적은 당연히 'A플러스' 입니다.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교수님도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데 새로운 의장의 등장으로 연준의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우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말씀 드립니다(웃음). 현재 후보로 거명되는 재넛 옐런 연준 부의장,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로저 퍼거슨 교직원연금보험(TIAA-CREF) 회장,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등의 면면을 볼 때 누가 되더라도 정책적인 면에서 '버냉키 스타일'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기 연준 의장에게는 언제 어떻게 출구전략을 실행할지가 가장 큰 과제일 것입니다. 이 문제는 스케줄에 따르기보다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국가부채한도 증액으로 인한 대대적인 혼란만 없다면 오는 2014년에 양적완화는 끝나겠지요.

-버냉키 의장은 정책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달리 투명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는데요. 시장과 중앙은행은 어떤 관계여야 할까요.

▲시장은 극단적입니다. 상황을 과장하고 증폭시키기 마련입니다. 중앙은행은 정부뿐 아니라 시장으로부터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중앙은행은 시장과 소통해야 하지만 시장의 의도대로 움직여서는 곤란합니다. 시장의 말만 듣는 정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로서 요즘 어떤 과제를 연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민주ㆍ공화 집권기의 경제성장률에 어떤 차이가 나는지, 원인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흔히 공화당이 더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펴 성장률도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지표는 정반대입니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미국의 성장률은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흔히 '케인지언'이라고 인식되지만 실제 그들의 정책은 많이 다릅니다. 이런 사안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연구의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의

앨런 블라인더는
통화정책 분야 최고 권위자
버냉키 의장 후임으로도 거론




장 아래서 연준 부의장을 지낸 뒤 모교인 프린스턴대로 돌아가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경제현안들을 명쾌한 논리로 풀어내고 날카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그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은 매우 인기 높다.

그는 프린스턴대를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한 뒤 런던비즈니스스쿨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 연구원과 빌 클린턴 행정부 경제자문회의 멤버를 거쳐 연준 부의장을 지냈다.

그는 미국 경제학논문학회(IDEAS/RePEc)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선정된 바 있다. 블라인더 교수로부터 박사 학위 지도를 받았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그의 저서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를 번역해 서울대학교 교재로 쓰기도 했다.

◇약력 ▲1967년 프린스턴대 ▲1971년 MIT 경제학 박사 ▲1971년~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1993~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 경제보좌관 ▲1994~1996년 연준 부의장

◇주요 저서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 '미국에서의 다운사이징' '역외화:새로운 산업혁명인가' '음악이 멈추고 난 뒤'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