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새로운 리더, 새로운 대한민국] 9. '부동산 공화국' 탈출구 모색

시장 왜곡하는 '냉·온탕 정책' 이젠 그만<br>공급 뒷받침 안된 세금폭탄으론 집값억제 한계<br>분양가 상한제·전매제한 규제 등은 손질 시급<br>1주택자·無소득자 과도한 세금부담 완화 필요



지금부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하늘이 두쪽 나도 집값은 꼭 잡겠다”며 부동산시장에 경고한다. 이후 노 대통령은 이런 공약을 지키기 위해 매년 굵직굵직한 부동산규제정책을 1~2개씩 내놓으며 시장을 옥죄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란은 계속됐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올해 11월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2002년 12월 대비 33.9% 올랐고 서울은 무려 52.7%나 폭등했다. 노 대통령이 재임 시절 내내 주타깃으로 지목했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76.7%, 송파구의 아파트값은 무려 80.7% 올랐다. 게다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취해진 각종 규제책으로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거래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작은 자극에도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며 예민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는 역대 정부의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으로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도 많은데다 이 때문에 좌절감을 맛본 국민들도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부동산시장을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서민들도 몇 년만 돈을 모으면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고 건설업체들도 시장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주택공급을 하며 마음 놓고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연건을 조성해달라는 요구다. ◇부동산시장 선순환 구조로=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부동산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는 경기부양의 수단이 됐고 집값이 오를 때는 각종 규제의 대상이었던 부동산시장을 원위치로 회귀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시장경기 영향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금리인상,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정책적 요인과 종합부동산세ㆍ양도세 등 세금정책으로 집값을 억누르는 것보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공급이 우선해야 부동산시장도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수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정책이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시장을 지배하려 했던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나 전매제한 규제 등은 새 정부에서 다시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여 분양가상한제는 장기적으로 민간의 공급을 크게 위축시키는 조치인 만큼 일정 부분 손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전매제한 조치도 너무 길면 주택 유통량이 줄어들어 주택공급정책 효과가 반감돼 다소 완화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세금 경감, 일원화 필요=참여정부가 도입한 각종 부동산세금은 과거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겨냥한 징벌적 요인이 크다. 그러나 이 세금이 1주택만을 수십년 동안 장기 보유한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면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장기보유 1가구1주택자와 고령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는 완화해주고 부담은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세금부담 완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한다. 다만 세금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세금은 크게 양도세, 보유세, 상속ㆍ증여세 등 세 가지로 나눠지는데 이 가운데 한두 개만 건드리는 것은 난센스라는 얘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1가구1주택 보유자와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 등이 없는 가구에 대해서는 세금을 과감하게 깎아주고 투기목적인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세금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너무 서둘지는 말자=도심지역 용적률ㆍ재건축 완화, 양도세ㆍ종부세 감면, 분양가규제 완화 등 이 당선자가 내세운 주요 부동산 공약들은 모두 민감해진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들이다. 일부에서는 ‘새 정부 출범 초기 부동산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자칫 새 정부 출범 초기 부동산가격이 불안해지는 양상을 보이면 5년 내내 이에 매달려야만 하는 불행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2007 경제정책 포럼’에서 “새 정부 출범 초기 새로운 정책 하나에도 부동산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부동산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여건을 살펴가며 규제완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후보 시절 공약에도 너무 얽매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신혼부부들에게 주택청약의 우선권을 배정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10여년간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서민들도 많은 상황에서 신혼부부에게 정책을 집중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 소장은 “부동산시장 속성상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가격은 한꺼번에 오른다”며 “당선자 측은 서둘러 미완의 정책을 내놓기보다 입안 과정부터 말을 통일하고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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