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버린이 준 교훈

소버린이 SK㈜를 떠난다고 한다. 조만간 8,200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기고 SK㈜ 소유지분 14.82%를 국내외 기관들에게 장외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 1,768억원을 투자해 2년3개월 만에 정확하게 4.5배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 2003년 돌연하게 나타나 SK㈜의 주식을 매집하면서 ‘투명경영’의 전도사임을 자임했던 그들은 결국 막대한 차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는 ‘투기자본’으로 판명됐다. 2년여 동안 최태원 SK㈜ 회장 등 경영진을 압박하며 치밀하게 주가를 관리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판돈을 키우기 위한 포장술’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소버린은 “투자대상 주식의 평균 보유기간이 4년 이상”이라며 건전한 기업경영을 지원, 보조하는 세력으로 포장했지만 지난 주주총회 이후 불과 석달도 안돼 본색을 드러냈다. 그동안 “소버린은 투기자본과 다르다. 소액주주 등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강변했던 시민단체들도 멋쩍게 됐다. 이들 단체는 소버린이 등장하자마자 대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 공교롭게도 소버린의 ‘판돈 키우기’에 장단을 맞춘 셈이 됐다. 이번 일로 소버린이 거둬가는 8,200억원 이상의 수익은 두 말할 나위 없는 국부(國富) 유출이다.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SK㈜ 사태는 이렇게 정리되는 모습이다. ‘화(禍)는 한번에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소버린은 SK㈜말고도 ㈜LG의 지분 7.0%와 LG전자 지분 7.2%를 확보해놓고 있다. 자칫 ‘제2, 제3의 SK㈜’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압축성장 과정을 거친 우리 경제는 여전히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독특하게 형성된 한국식 지배구조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깨달아야 하는 것은 현실에서 우리 기업이 선진 투기금융의 파상공세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SK㈜도, 시민단체도 너무 비싼 교육비를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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