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7일] 리먼사태 2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2년이 돼간다. 전대미문이라는 표현대로 전세계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고,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제2외환위기 직전까지 가는 최악의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함으로써 또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4ㆍ4분기 -5.1%로 곤두박질쳤던 성장률은 올 상반기 7.6%를 기록해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외환보유액은 8월 말 현재 2,853억달러로 늘어 세계 5위에 올랐다. 1,100포인트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1,800포인트를 넘보고 있고 원ㆍ달러 환율은 1,100원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등 주요 지표들이 위기 전 상황을 회복했다. 이처럼 최악의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과감한 위기대책에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수출로 공격경영을 펼친 덕분이다. 선진국 기업들이 위기를 맞아 움츠러든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각오로 공격경영에 나선 결과 위기극복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전자ㆍ반도체ㆍ자동차 등 대부분의 주력산업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저력이 그만큼 튼튼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추경편성과 감세정책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취약해졌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ㆍ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공공 부문 전체가 심각한 적자의 수렁에 빠진 형국이다. 수출 드라이브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수출과 내수 부문 간 불균형도 우리 경제의 새로운 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경기회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먼 사태 3년째로 접어드는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의 더블 딥 우려, 일본의 디플레이션,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감속성장 가능성 등 여러 악재에 휩싸여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어려움에 대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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