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이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리서치센터를 구조조정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어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은 그 어느 때 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 회계연도(2013년 4~12월) 기준 62개 증권사의 총 당기순손실은 1,09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 업계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해 전체 62개 증권사 중 절반에 가까운 28개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나머지 34개사의 당기순이익 합계도 5,936억원에 불과했다. 수탁수수료와 인수·주선수수료를 포함한 수수료수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고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손실로 자기매매이익은 18.7% 쪼그라든 6,280억원에 그쳤다.
증권 업계는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용 감축에 더욱 열을 내고 있다. 지난해 2,6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증권 업계를 떠났고 국내 지점도 총 160곳이 줄었지만 구조조정의 칼춤은 끝이 나지를 않는 것이다. 당장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리서치센터가 대표적이다. 계약직이 대부분인 만큼 임금 및 고용안정성면에서 유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다음달 시작하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연봉협상에서 기본급 자체를 지난해보다 28% 감축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예년 같으면 이맘때 성과급이 확정되고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회사에서 협상에 대한 예고조차 없다”며 “성과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연봉협상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애널리스트 시장은 프로야구와 유사해 1등 하는 친구의 연봉을 깎을 수 없는 구조”라며 “애널리스트의 연봉에 어쩔 수 없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애널리스트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008년을 전후로 증권 업계가 호황 기조를 보이자 섹터 경쟁을 하는 대형사들이 리서치센터 인력을 너무 많이 늘렸다”며 “앞으로 유사한 섹터를 하나로 묶고 전·후방 섹터는 한 명의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