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임기말 외유 지방의원, 선거에서 걸러내야

몹쓸 병이 또 도졌다. 올 들어 국회 주요 상임위별로 집단외유를 떠난 국회의원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지방의회가 한술 더 뜨고 나섰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가리지 않고 지방의회의 의원들이 줄줄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서울시와 경기도, 대전시, 합천군, 대구 서구, 경기도 화성시, 충남 아산시, 경남 남해군, 경북 합천군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외유길에 오르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내세우는 명목은 한결같다. '공무를 위한 국외연수'라는 미명 아래 '정책 관련 시찰 및 자료수집' '지역 간 교류'를 들이대지만 일정은 대부분 고궁이나 박물관, 지역 시장과 명소 방문 등으로 짜여 있다. 출장 대상에 따뜻한 나라가 많은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의원들은 외유 뒤에 정책보고서를 제출한다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정책자료집을 적당히 꾸미는 게 대부분이다.

관련기사



여론의 눈총에도 아랑곳없는 의원들의 배짱 외유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보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불과 5개월 뒤면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마당에 어차피 반납할 예산이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쓰고 보자는 의원들에게 자기 고장의 정치를 맡기는 지역주민들이 참 딱하다.

물론 지방의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광주시나 충북도의회는 선거가 치러지는 해의 임기말 해외연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용된 연수예산은 차기 의회에 넘겨주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의회는 해외출장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1년 제정한 '지방의원 행동강령'에서 외유성 연수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지키는 지방의회는 241개 중 50여개에 불과하다. 어느 지역의 의회가 품위와 양심을 지켰는지는 지역구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투표를 통해 임기말 관광성 외유에 나선 의원들을 걸러내야 한다. 선출권력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과 일치하는 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