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4월 12일] 공공기관장 교체 옥석 가려서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장 물갈이 인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산하 기관장들이 이미 사표를 내 수리됐거나 면직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한전ㆍ주공 등 주요 공기업 사장들의 사의표명도 잇따르고 있다. 줄사표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국상황 등을 살피며 거취에 고심하던 기관장들이 많았으나 4ㆍ9총선의 한나라당 과반의석 확보와 함께 퇴진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나 경영평가 등이 공공기관 물갈이 목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에 따른 공공기관장 교체의 당위성 여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국정철학이 다른 정권이 들어선 만큼 옛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은 가급적 바꾸는 게 상식에 맞는다고 본다. 다만 무차별적이며 일괄적 물갈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질과 업무능력 및 실적ㆍ임명과정 등을 두루 살펴 옥석을 가려야 한다. 정치적 배려 등으로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교체하는 게 마땅하지만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 종사해온 전문가로 조직을 무리 없이 이끌며 탁월한 실적을 낸 인사들까지 과거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형평성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체된 사람들을 대신할 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이냐 하는 점이다.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던 사람, 해당 공기업이나 기관의 업무와는 이렇다 할 관련이 없는데도 권력실세를 통해 내려오는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새 정부의 기존 인물 교체는 그저 내 사람을 심기 위한 것밖에 안 된다. 새 정부는 사의를 표명한 사람들에 대해 업무적격성과 국정철학 공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선별적으로 교체하고 총선 낙선자 등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임원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를 제대로 지키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그동안 공기업 인사 때마다 뒤따랐던 보은ㆍ낙하산 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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