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프랑스서 플로르상 받은 '나랑 상관없음' 번역 출간

되풀이 되는 '비참한 사랑' 그 흔적을 쫓다

사진·메모·문자메시지 등으로 채워

소설보다는 파격적 에세이 읽는 듯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절망적인 상실감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행복에 관한 물질적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울창한 숲에서 식물을 수집해 책갈피에 꽂아 놓으면 이파리는 금세 시들어 버리기 마련이다. … 솔직히 수첩 사이에 끼워 놓은 밤나무 이파리가 힘이 쇠해 죽음의 향을 내뿜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41p) 여자 MS는 남자 XX에게 반했다. 그의 빨간 스쿠터와 선글라스, 무신경한듯 예민한 말투. 여자는 그 소중한 흔적을 모은다. 함께 간 레스토랑의 냅킨과 호텔 방 키, 여행 지도와 메모. 또 슬쩍 챙겨둔 그의 라이터까지.

지난해 프랑스에서 플로르상을 수상하며 큰 관심을 끌었던 모니카 사볼로의 소설 '나랑 상관없음'이 번역 출간됐다. 플로르상은 그 해 가장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주는 상으로, 공쿠르상·르노도상 등과 함께 대표적인 문학상 중 하나다.


책은 형식상 소설보다는 사진과 메모,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모은 일기, 많이 봐줘도 '파격적인' 에세이다. 게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뜬금 없는 인용문까지. 두서 없고 파편적인 기록이지만 책장이 넘어갈수록 하나둘 그녀의 감정을 더 강하게 보여준다. 여자 주인공은 MS이자 모니카. 작가는 모니카 사볼로(Monica Sabolo). 절반 넘어 자전적일 것이라는 느낌은 책 속 많은 사진에서도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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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나쁜 남자'를 기준으로 되풀이된다. 19살 때 유부남에게 버림 받고 '개처럼 혼자' 미혼모가 된 어머니의 불행이 딸에게 이어진다. 남자는 늘 그런식이었다. 이미 7살 때 빨간 수영팬티 소년에게, 13살에는 '왕따' 동급생에게 괴롭힘 당하듯 연애감정을 느낀 그녀다. 사랑 받지 못한 그녀에게 내키지 않는 상대의 껄떡거림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됐다. 서른에야 만난 생부는 뻔뻔스러웠고, 양부는 파렴치하게 치근댔다. 연인도 그저 거기 있었을뿐, 그녀에게 들어오지 않는다.

"(냉소주의자의) 무관심과 차가운 유머, 특유의 까칠함은 상대를 매료시키고 이성을 잃게 만드는 속성… 로맨티스트는 곰 굴에 던져진 고깃덩어리처럼 마음이 제대로 찢어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63p)

이별 후 몇 달 만에 만나 하룻밤을 지낸 두 사람. 그녀는 매달리지만, 그는 조롱한다. '어쩌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 내던져진 고깃덩어리 꼴이 된 그녀, 그 집착이 진절머리나게 아리다. 1만1,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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