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9일 실시한 2008학년도 수시2학기 논술고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고교 교과서 지문을 중심으로 과목별 통합교과 형태의 문항을 출제했다. 1,000여자 분량의 제시문 ‘가’와 3,000여자 분량의 제시문 ‘나’를 줬으며 제시문 ‘나’에는 4개의 짧은 글이 담겼다.
제시문 ‘가’는 고교 경제 교과서에 소개된 ‘국부론(애덤 스미스)’ 가운데 일부를 발췌ㆍ편집한 것으로 시장경제와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설명하며 인간의 욕망ㆍ분업ㆍ교환ㆍ시장ㆍ화폐ㆍ가격이 핵심 요소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제시문 ‘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닌 다양한 경제체제를 설명한 내용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관한 논쟁 ▦‘미크로네시아 야프’ 섬의 문화적ㆍ의례적 화폐 사용 사례 ▦고교 세계사 교과서에 나온 서양 중세의 자급자족적 장원경제 ▦‘무소유 공동체’를 주장하는 일본 ‘야마기시즘’을 각각 소개했다.
서울대는 제시문 ‘나’에 제시된 네 가지 경제체제의 특성이 ‘국부론’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지, 혹은 시장경제 체제가 그대로 유지돼야 하는지에 대해 기술하도록 했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공식 시험을 이른바 ‘통합교과형’으로 출제한 것은 처음이지만 공교육 현장과의 괴리를 피하기 위해 통합의 정도를 낮게 잡았다”며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치르는 정시 논술에서는 약간 다른 형태로 통합의 정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논술고사 응시자의 경우 1단계 서류전형 점수와 면접ㆍ구술 점수, 논술 점수를 각각 50%, 30%, 20% 반영해 인문계 224명, 미술대학 40명을 선발하며 논술고사를 치르지 않은 특기자전형 자연계 학생들과 지역균형선발전형 학생들은 면접ㆍ구술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