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소통 때론 논쟁으로… 리딩뱅크 행장 남다른 용병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매일 2명정도 임원과 독대 등 격의 없는 자세로 스킨십 경영


회계법인 출신답게 다양한 조언

● 조용병 신한은행장

임원회의에 매주 2명 '레드팀' 지정… 상정 안건에 대한 반대 논리로 공격

안건의 질 상승… 좋은 의견 쏟아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매일 2명 정도의 임원들과 1대1로 티타임을 갖는다. 은행의 각 그룹 대표와 계열사 대표, 지역 본부장 등이 모두 대상이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윤 회장의 일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임원들과의 스킨십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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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과의 1대1 스킨십을 많은 임원들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보통 '보고와 질책' 형태로 이뤄지는 최고경영자(CEO)와의 독대는 임원들에게 결코 즐거운 자리가 아니기 때문. 하지만 윤 회장의 격의 없는 자세에 많은 임원들이 마음을 열었다는 후문이다. 회계법인 출신으로 컨설팅 능력을 갖춘데다 은행 전반의 업무를 모두 꿰고 있는 윤 회장으로부터 업무에 관한 다양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많게는 수만 명의 직원을 이끄는 은행장은 자기만의 용병술을 통해 조직과 임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2~3년 전만 해도 국내 은행장들은 강한 카리스마와 형님 리더십으로 임원들을 이끌었다.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등이 그런 캐릭터다.

하지만 최근 취임한 은행장들은 격의 없는 리더십으로 은행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취임한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임원회의에 '레드팀'을 도입, 은행장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던 임원회의를 임원들 간의 격렬한 논쟁의 장으로 바꿔 놓았다.

레드팀이란 적군의 공격에 앞서 아군이 아군을 공격해보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다. 신한은행은 16명의 임원 가운데 매주 2명을 레드팀으로 지정하고 임원회의에 올라오는 안건에 대해 공격을 준비시킨다. 무작정 안건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논리로 반대하며 안건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레드팀으로 지정된 2명의 임원들은 반대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한다. 아무리 합리적인 반대라고 하지만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다 보니 신한은행 임원회의는 때로 크게 과열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논쟁이 너무 격렬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의시간을 2시간으로 한정하고 마무리는 은행장이나 전략 부행장이 맡는다"며 "은행장은 논쟁을 지켜보며 좋은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은행장들의 변화로 과거 군대 문화와 비슷할 정도로 위계질서가 강하고 각 부서별로 자존심이 강하던 은행의 문화도 바뀌고 있다.

국민은행은 윤 회장 취임 후 부서 간은 물론 본부와 지점 간 협업 문화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다. 회장이 나서서 소통을 위해 발 벗고 뛰다 보니 임원들이나 부서장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조 행장이 '작은 형 리더십'으로 임원들을 이끌며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만들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예전에는 일반 직원들은 쳐다보기도 힘들던 은행장이라는 자리가 점점 더 살갑고 친밀해지면서 은행의 문화도 함께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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