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A Times] 美 평화경제에서 전시경제로 전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테러리즘에 대한 장기전 선언은 미 경제가 냉전종료 후 시작된 '평화경제'(peace economy) 체제에서 '전시경제'(war economy)로 전환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 지출이 지난 90년대 보다 늘어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또 정부 지출 증가는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규제완화 정책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지난 11일 테러사태 이후 미 의회는 이미 어려움을 겪는 항공산업 지원과 테러 응징 비용으로 무려 4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예산안을 승인했다.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은 또 위험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에 대해 1,000억달러 이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고려하고 있다. 텍사스 주립대학의 제임스 갈브레이스 교수는 이 같은 조치가 미 국민들의 일자리를 보존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며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 자본 소득세 감면 등 그 효과가 오랜 시일이 경과된 뒤 나타나는 부문이 아닌 바로 내년도 소비지출을 늘릴 수 있는 부문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경제적인 측면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회복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이 같은 정부의 조치가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올 겨울을 기점으로 경제가 회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인플레이션 역시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 증가로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ㆍ스위스 프랑ㆍ엔화에 대비해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내 수입 물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같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 역시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각 산업에도 전시경제에 따른 영향이 조만간 확산될 것이다. 우선 70년대 항공과 은행산업으로부터 시작된 규제완화 추세에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특히 항공산업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좀더 많은 정부의 통제를 받을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한 15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 제공에 따른 규제가 있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승객수가 적은 일부 노선을 폐쇄하도록 항공사를 적극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항공기 승객수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경우 정부가 항공사간 인수합병에 나설 수도 있다. 일부 산업은 신 전시경제(new war economy)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분야는 통신산업.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유선통신망이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느꼈다. 이에 따라 지난 주 다른 주식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벨사우스, SBC 커뮤니케이션스 등 통신관련 주식들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컴퓨터 보안 관련 산업이 상당기간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전시경제가 구체적으로 미국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경제는 언제나 여러 가지 다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른바 신경제로 불리던 90년대와는 다른, 전시경제라는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고 이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임스 플래니건(LA타임스 비즈니스 컬럼니스트)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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