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납품업체들로부터 2억여원의 뒷돈을 받고 감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도록 도와준 감사원 감사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감사관은 집을 사고 회식을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상습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부문 민관유착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감사원 서기관급 감사관 김모(51)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6년에 걸쳐 철도와 도로 공사 관련 업체 9곳으로부터 감사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2,000만여원의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주는 돈을 받는 것을 넘어 회식비와 주택구입, 이사 비용, 가족 입원비 등이 필요하다며 업체들에게 먼저 뒷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뒷돈을 받으면 해당 업체의 감사 담당자에 업체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감사 편의를 도와줬다. 일례로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 AVT사의 경우 호남고속철도 사업 납품을 놓고 경쟁하던 영국 P사 제품의 문제점을 전달받아 감사 담당자에 전달하기도 했다.
받은 뇌물은 차명계좌 8개로 관리해 왔으며 이 중 일부는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 도박 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철도고 출신 기술직 서기관 김씨는 납품업체 대표들과 학교 인맥으로 연결되거나 철도 관련 감사 현장에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을 제공한 업체 기준으로는 AVT가 가장 많은 8,000만원의 뒷돈을 건넸다. AVT는 감사원 뿐만 아니라 납품 대상인 철도시설공단,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등 정치인에까지 전방위로 뇌물 로비를 벌인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외에 뇌물을 건넨 업체는 교량 방수, 철도역사 설계감리, 도면관리, 철거공사, 토목공사 등 철도시설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철도시설관리공단 관계자 등에게도 뒷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감사원 감사에서 부실시공 등 지적 사항이 나오면 재시공 부담 등이 커지기 때문에 김씨의 금품 요구에 응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