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GM·이탈리아 그리고 한국


역사의 시계바늘을 2년 전으로 돌려보자. 미국 자동차산업의 아이콘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009년 6월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라는 신화(神話)를 만들어내며 전세계 자동차산업을 호령했던 GM이 더 이상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없다며 국민 세금에 손을 벌렸다. 한때 미국에서 7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화려한 과거는 모래성이 무너지듯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GM이라는 거대한 공룡이 무너진 데에는 방만한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현직 근로자는 8만명이었지만 의료비를 대줘야 하는 사람은 43만명에 달했다. 유산비용(legacy cost) 단체협약에 따라 퇴직자의 가족에게도 의료비를 모두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업 재무상황과 현금보유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복지정책과 자금지출이 몰락의 길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 이제 14세기로 돌아가보자. 이탈리아는 르네상스(문예부흥)를 일으키며 거의 200년 동안 유럽 경제를 주도했다. 글로벌 자금이 로마로 들어오면서 과학과 문화산업을 부흥시키는 계기가 됐고 이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대항해 시대를 열어가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는 글로벌 경제의 '두통 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과 마찬가지로 정치권 포퓰리즘이 빚어낸 막대한 재정적자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규모는 120%로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일각에서는 동병상련의 신세를 겪는 그리스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를 합친 것보다 배나 많은 9,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소요될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도 내놓고 있다. 독일ㆍ프랑스에 이어 유로화 사용 17개국 중 경제규모 3위로 남유럽 재정위기의 마지노선으로 꼽혀온 만큼 이탈리아 경제의 몰락은 유로존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국가예산과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재정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민의 땀방울인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GM이 왜 자동차 제왕의 자리를 아시아에 넘겨줘야 했는지, 이탈리아 국민이 어떻게 르네상스 시대의 영광을 상실하고 말았는지, 한국 위정자들이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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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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