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13∼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제정 협상에서 협정문 전체 문안에 합의하고 협상을 타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인이 미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돈을 넣어뒀다면 앞으로 이 정보가 우리 국세청으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역외 탈세를 샅샅이 훑어볼 수 있는 근거 자료가 확보되는 셈이다. 그동안에는 우리 국세청이 미 국세청(IRS)에 특정계좌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협정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미국 은행에 1달러라도 넣어뒀다면 무조건 정보 교환 리스트에 오르나.
A. 아니다. 은행권 예금 계좌의 연간 이자가 1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부터 교환 대상이 된다. 현재 미국의 금리가 거의 제로(0) 수준임을 감안하면 약 1만달러(수시입출금식 예금금리 0.1% 기준)가 넘는 계좌부터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자는 은행예금 기준이고 기타 금융계좌는 범위가 훨씬 넓다. 증권계좌나 보험·비은행권 저축상품 등 미국에서 징수하는 원천소득과 관련된 모든 금융계좌는 벌어들이는 수익과 관계없이 모두 정보 교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부기관이나 중앙은행·국제기구·공적연금의 계좌 정보는 모두 제외된다. 미국인이 한국의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정보를 긁어모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인이 한국에 보유한 은행계좌에 대해서는 이자가 아닌 잔액 5만달러(저축성 보험 25만달러)가 기준이 된다. 이는 미국과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맺은 19개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요건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Q. 정보공개 대상자의 수는 얼마나 되나.
A. 현재는 정확한 대상자나 계좌 수, 금액 등을 예상하기 어렵다.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어 추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단서는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부터 10억원 이상 해외 금융계좌를 자진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해 신고금액은 22조8,000억원(678명)에 달했다. 이번 협정은 1만달러 수준까지 범위를 넓혔기 때문에 계좌정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금융기관은 국적과 주소·출생지·전화번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금융계좌의 소유자를 식별하고 이를 양국 국세청에 통보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은행에 돈을 넣어둔 자산가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금리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인데다 계좌 유지 수수료까지 떼어가기 때문에 굳이 통장을 개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보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는 약 13만명에 이른다.
Q. 미국에 보유한 계좌가 적발되면 세금을 얼마나 떼이나.
A. 국세청은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월말 잔액이 50억원 이하인 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 잔액의 10%를 벌금으로 물게 되고 50억원을 넘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의 벌금이 부과된다. 만약 내년 9월 정보교환을 통해 은닉 계좌가 발견되면 이 규정에 따라 벌금을 물게 된다. 100억원을 묻어놨다 적발되면 10억원을 떼이게 되는 셈이다. 강윤진 기재부 조세협력과장은 "미국에 미신고 계좌를 보유한 사람은 올해 6월 말까지 자진신고하면 협정 체결에 따른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