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등을 통해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생기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인성(醫因性) CJD 환자가 국내에서 또 발견됐다. 이번에도 '라이오듀라(Lyodura)'라는 독일산 뇌경막 대용제에 따른 것인 만큼 추가환자 발생이 예상되지만 보건 당국은 아직 의심환자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보건 당국은 두 번째 환자의 질환 종류에 대해서는 수술 기록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입장을 번복하는 등 혼선을 키우고 있어 부실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월 서울 소재 병원에서 산발성 CJD(sCJD)로 진단 받고 법정감염병 신고체계를 통해 신고된 48세 남성의 병력을 조사한 결과 뇌경막 이식 후 발생한 의인성 CJD(iCJD) 사례로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국내에서는 7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ㆍ운동장애 등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산발성 CJD는 변형된 단백질인 프리온이 중추신경에 축적돼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의 일종으로 전체 CJD의 85~90%를 차지한다.
조사에 따르면 이 환자는 1988년 5월 외상에 따른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고 당시 '라이오듀라'를 사용한 의무기록도 남아 있었다.
처음 이 환자의 의인성 CJD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보건 당국은 '산발성 CJD 환자'라고 설명했으나 곧 '의인성 CJD'라고 바꿔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처음 병력 기록을 보니 산발성 CJD로 확인된데다 뇌경막을 이식했을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라며 "이후 수술기록지에서 라이오듀라 관련 내용을 찾아 정정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이번 두 번째 환자가 라이오듀라 시술을 받은 시점이 그동안 보건 당국이 설명한 문제의 제품 생산 중단 시점(1987년 5월)보다 늦기 때문에 기간에 상관없이 라이오듀라를 통한 CJD 감염 사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1987년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 병원에 남아 있다 이후 수술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2000년 이후 법정감염병 신고체계로 신고된 210명의 CJD 환자를 포함해 각급 병원의 의무기록을 통해 확인 가능한 모든 CJD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력, 문제가 된 독일제 라이오듀라 사용 여부 등 의인성 CJD 위험요인 노출 가능성을 확인하는 추적조사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경과학회ㆍ대한의사협회ㆍ대한병원협회 등에 산발성 CJD로 의심되는 환자들의 과거 수술력 등 의인성 CJD 관련 병력을 자세히 기록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인성 CJD(iCJD)=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며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으로 CJD에 감염된 조직 및 각막이식 혹은 감염자의 뇌에서 추출된 호르몬의 주입 등으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