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미탈스틸의 2위 업체 아르셀로 인수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등 유럽 각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철강노조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FP통신은 1일 아르셀로 본사가 위치한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는 “미탈스틸의 인수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정부가 보유한 아르셀로 지분 5.6%를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융커 총리는 또 “프랑스 및 벨기에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만나 미탈스틸의 아르셀로 인수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도 2만5,000명에 달하는 자국 내 아르셀로 직원들의 일자리 보전을 위해 미탈스틸의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티에리 브레통 프랑스 재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의회에 참석해 “미탈스틸의 인수안처럼 악의적으로 계획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미탈스틸은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미국 석유업체 인수계획이 미국 정부에 의해 어떻게 좌절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철강노동자연합(EMF)도 세계 1, 2위 철강업계의 결합이 대량 해고 사태를 낳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피터 슈레르 회장은 성명을 통해 “몇몇 투기 세력들을 위해 아르셀로와 같은 진정한 유럽 기업과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계획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MF 측은 프랑스와 스페인 등 각국 정부와 연합해 이 문제를 공동 대처할 방침이다. 아르셀로는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에서 1만5,000명, 룩셈부르크에서 6,000명 등 유럽 내에서 전체 직원의 82%인 총 9만4,6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측은 각국 정부의 반대 움직임과는 달리 이 문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유럽이 보호주의로 무장한 1970년대로 되돌아가길 원치 않는다”면서 “아르셀로가 미탈스틸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셀로가 미탈스틸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맞서 포스코를 포함한 아시아 업체들에게 백기사로 나서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셀로의 기 돌레 최고경영자(CEO)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신일본제철이나 바오샨철강, 포스코 등과 지분 교차소유나 금융 협력과 같은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