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Living&Joy] 홈쇼핑 모델의 세계

생방송 인생 진짜 프로들

모델들이 홈쇼핑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워킹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긴장 속의 생방송을 마친 뒤 한자리에 모인 모델들. 이호재기자

[Living&Joy] 홈쇼핑 모델의 세계 생방송 인생 진짜 프로들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모델들이 홈쇼핑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워킹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긴장 속의 생방송을 마친 뒤 한자리에 모인 모델들. 이호재기자 관련기사 • [Living&Joy] CJ 홈쇼핑 모델 박수정씨 몇 해 전 한 홈쇼핑 업체의 스튜디오에 중년 남자가 성난 얼굴로 들이닥쳤다. “내 딸 어딨소?” 이 남자는 심야 시간 홈쇼핑 속옷 방송에 출연한 모델의 아버지였다. 이 사람은 다짜고짜 자신의 딸을 끌고 나와 집으로 데려갔다. 이 이야기는 홈쇼핑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모델 아버지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모델이 직접 입은 옷맵시를 보여주지 않고는 의류를 팔기 어려운 게 홈쇼핑의 특성이다. 우리나라에 홈쇼핑이라는 새로운 유통업태가 선을 보인지 10년이 지났다. 95년 첫 방송에서 한 업체는 뻐꾸기 시계를 팔았고, 다른 방송은 다기능 리모콘을 팔았다. 그 시절, 홈쇼핑에는 모델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의 홈쇼핑 업체들은 저마다 보다 극적인 연출을 하기 위해 경쟁한다. 방송 자체에 볼거리가 많아야 채널을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요즘은 거의 모든 상품에 모델이 등장한다. 다이어트 보조제에는 통통한 여성이, 발모제에는 대머리 아저씨가, 제모제에는 털복숭이 청년이 나온다. 관절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 방송에는 할아버지 모델이 나와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현재 홈쇼핑 모델들은 전문성을 인정 받는 프로페셔널들이다. 그만큼 되기도 어렵고 하기도 어려운 일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GS홈쇼핑 방송센터를 찾아 모델들을 만나봤다. ■모델 일 만만찮네=홈쇼핑 방송을 보다보면 음식을 먹는 역할 같은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델들의 말을 들어보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순발력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현주 씨(27)는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엄마 모델’로 꼽힌다. 홈쇼핑에서는 노인 역할을 하는 모델을 ‘아버지 어머니 모델’로, 가장이나 주부 역할 모델을 ‘아빠 엄마 모델’로 부르는 게 관행인데 이 씨는 엄마 모델에 해당한다. 이 씨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공중파 방송사의 탤런트로도 활동했었다. 미혼임에도 불구, 강남의 부유층 ‘미시족’ 분위기가 풍겨 인기를 얻고 있다. “연기력이 생명이죠. 모델이 예뻐보이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제품을 팔리게 하는 연기가 필요한 거죠. 예를 들어 세탁기는 깨끗한 느낌을, 침구류는 따뜻한 느낌을 전해야 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홈쇼핑마다 “무엇이든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다” “늘씬하고 몸매에 자신이 있다”며 모델 일을 문의하는 전화가 넘쳐 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평균 경쟁률 20대 1의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한다. ■수입은 짭짤하죠=의류 방송에만 출연하는 조재일 씨(32)는 패션 모델 출신이다. 조 씨는 홈쇼핑 일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수입의 안정성을 꼽았다. 보수가 높고 일감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홈쇼핑 모델의 출연료는 회당 10만~15만 원 정도. 외국인 모델은 회당 30만 원을 받는다. 속옷 방송은 노출이 많은 특수성 때문에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 30만 원을 주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모델만 출연시킨다. 한국인의 경우는 섭외도 어렵거니와 아무래도 서양인 보다는 맵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빠’ 역할 전문 모델인 탁한상 씨(35)도 홈쇼핑 모델 일의 장점을 ‘수입’으로 꼽았다. 탁 씨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경영하면서 모델 활동을 병행하는 ‘투잡스’ 다. 김지영 GS홈쇼핑 모델담당 대리는 “모델들의 월 수입이 보통 300만 원 이상이며, 수입 승용차를 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기회=홈쇼핑 덕에 활동 범위가 가장 넓어진 사람들은 패션 모델이다. 의류방송은 주로 패션 모델이 출연하는 게 보통. 모델이 방송에서 입는 의상은 판매용과는 달리 모델들의 신체조건에 맞춰 따로 제작한 것들이다. 오은혜ㆍ오주희 씨(이상 27ㆍ여)는 경력 9년차 패션 모델이다. 과거에는 패션 모델들이 홈쇼핑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다. 오은혜 씨는 “99년 최초로 패션 모델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 있었고, 서서히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주희 씨는 “이제 홈쇼핑도 패션쇼 만큼 중요한 무대가 됐다”며 “유명 모델이 점점 더 많이 출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아이들까지=이날 만난 독일인 모델 다니엘(27)과 러시아 출신 폴리나(21ㆍ여)는 모델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아시아권에서는 서양인 모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세계 각국을 2개월씩 돌아다니며 모델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의 마음이 열려있어 중국이나 홍콩의 홈쇼핑보다 일하기 편하다” 고 말했다. 폴리나는 “생방송의 긴장감이 유독 심한 나라가 한국이지만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아역 모델도 중요하다. 오윤지(7), 창준(3) 남매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경우. 남매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른 모델들과 함께 출연해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활 예절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충과 보람=홈쇼핑 모델도 좋기만 한 직업은 아니다. 당사자들이 말하는 고충은 생각보다 심하다. 생방송의 긴장감과 육체피로는 기본이고 새벽 방송 시간을 맞추는 것도 고역이다.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등의 방송사고도 늘 있는 일이다. 아무리 뜨거운 음식이라도 큐사인이 떨어지면 맛있게 먹어야 하고, 때론 비위에 안 맞는 음식도 싫은 내색 없이 입에 넣어야 한다. 러닝머신 위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신나는 표정으로 경쾌하게 달려야 한다. 그러나 모델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며, 방송 출연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아닌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현주씨는 “모델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자기 관리만 잘 한다면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12/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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