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위원회와 국가 경쟁력
박영선 국회의원·열린우리당
박영선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경쟁력 회의에서 ‘참여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이 맞다.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 대통령의 이러한 말은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에서 관련 부처가 있는데 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옥상옥이며 예산 낭비이고, 또 위원회 설립이 대통령의 ‘보답 인사’를 위한 ‘위인설관’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여진다.
과연 위원회 조직은 예산만 탕진하는 옥상옥에 불과한 것일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외국에서는 위원회시스템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행한 ‘공공 부문 현대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세계는 정부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기존의 부처별 조직은 유연성이 떨어져 사태 해결을 신속하게 할 수 없다는 데 OECD 회원국들의 고민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위원회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바로 미국의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이다. 또 영국의 블레어 정부는 131개의 위원회를 갖고 있고 네덜란드는 정부예산의 80%를 위원회에서 쓰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위원회에서 7%의 정부예산을 쓰고 있다. 주목할 점은 OECD 보고서가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된 한국의 위원회 제도를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1만달러 증후군을 극복하고 재도약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있다. 부처간에 중복되고 체계적이지 못한 연구개발(R&D)ㆍ산학협력ㆍ기술혁신 등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의 신설은 경제 재도약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70년대 미국경제 부진의 핵심 원인을 생산성 둔화로 파악하고 83년에 대통령 직속으로 ‘산업경쟁력 위원회’를 설치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이제 21세기 문턱에서 산업분야에 국한됐던 미국의 ‘산업경쟁력 위원회’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국가경쟁력 위원회’ 설치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위원회’는 교육인적 개발과 기초과학 발전까지 아우르는 보다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과 추진할 주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런 점에서 위원회는 옥상옥이 아닌 행정 효율을 위한 새로운 처방이다.
입력시간 : 2004-11-22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