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로에 선 글로벌 경제] 미국 마저 흔들… 유로존 위기후 4년 만에 엄습한 '퍼펙트 스톰'

유로존 디플레·中 경기둔화·에볼라 등 온통 악재

亞·유럽 증시 일제 급락… 월가 공포지수도 35%↑

"美 3%안팎 성장… 폭풍 조만간 잦아들것" 분석도


세계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미국 경제마저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지난 2010~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퍼펙트 스톰'을 맞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 에너지 가격 급락, 우크라이나·홍콩·중동의 지정학적 사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등 동시다발적인 악재에 미국까지 휩쓸리면서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아시아 증시는 미국발 악재의 후폭풍으로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2% 급락하는 등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앞서 15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도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장중 35%나 치솟았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3대 지수는 장중 한때 2% 후반의 폭락세를 보이다 반발 매수세에 힘입어 0.28~1.06% 하락했다. 유럽 증시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전달 대비 3.16% 폭락한 311.36에 거래를 마치며 2011년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전날 나온 미국 경제지표의 예상 밖 부진으로 미국 경제마저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권에 들었다는 우려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날 미 상무부는 9월 소매판매가 한 달 전보다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8개월 만에 첫 감소세다.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1% 떨어지며 1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2% 밑으로 떨어졌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0.678%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야인베스트먼트는 이날 투자가 보고서에서 "달러 강세, 원유 가격 하락, 채권 가격 급락 등은 유로존은 물론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파괴할 퍼펙트 스톰이 닥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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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땅한 위기돌파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경기부양책과 초저금리 정책을 실시한 여파로 이제는 재정·통화정책의 '실탄'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기업 투자나 소비 증가 등을 이끌던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실물경제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매슈 루제티 이코노미스트는 "증시 변동성 증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실물경제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년 전처럼 유로존은 또다시 위기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유로존은 자산매입 등 유럽중앙은행(ECB)의 잇따른 경기부양책도 금융위기 이후 '트리플 딥(삼중침체)' 진입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과거 위기탈출의 견인차였던 신흥국의 역할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국은 올해 1990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 전망되는데도 2010년과 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로존과 일본,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등의 지정학적 사태, 에볼라 확산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대의 기로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지표 부진에도 미국 경기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고 금융시장의 폭풍도 조만간 잦아들 것이라는 분석 역시 만만찮다. 이날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기간에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비공개 모임에서 '미국이 3%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IMF도 7일 미국의 성장률 예상치를 올해 2.2%, 내년 3.1%로 올 7월보다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스탠리 피셔 부의장 등 연준 인사들도 세계 경제 부진에 미국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제솝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며 "미국 경제가 탄탄하고 중국도 유가 하락으로 내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정말 필요하다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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