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정부와의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SK그룹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법정 다툼에서 승소한 데 이어 풀무원도 관세당국과의 소송에서 이겨 무리하게 부과된 관세를 돌려받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불명확한 사안으로 기업을 옥죄거나 세금을 걷고 보자는 식으로 손실을 입히는 등 권한 남용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지난 15일 풀무원이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세관의 항소를 기각하고 풀무원에 부과한 380억원의 관세를 취소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앞서 서울세관은 2010년 풀무원이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입가격을 원래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했다며 380억원의 관세를 부과했다. 풀무원은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관세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1심에서 승소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의욕만 앞섰던 결과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행정처분 자체가 무리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풀무원의 경우 과세금액이 이 회사의 1년치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당시 풀무원은 관세 380억원을 납부해 122억원의 영업적자가 났다.
세정당국의 과욕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 관련 행정소송에서 국세청의 패소율은 건수 기준으로 2011년 9.8%에서 2012년 11.7%, 2013년(상반기) 12.9%로 증가세다. 금액으로 보면 패소율이 2011년 22.4%에서 2012년 46%, 2013년(상반기) 34.6%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12년 기준으로 법인과 개인 등 납세자가 과세당국의 징세에 불복해 낸 소송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 이 중 당국이 최종 패소를 예상해 쌓아놓은 부채만 6,600억원에 달한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세금을 억지로 거뒀다는 의미다.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위의 칼춤은 더하다. 공정위가 항고 의지를 밝힌 상황이지만 SK그룹은 최근 공정위를 상대로 한 347억원 규모의 소송에서 승리했다.
실제 공정위의 패소는 줄을 잇고 있다. 대법원은 올 2월 하이트진로 등 9개 소주 제조사의 가격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의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올 초에는 보험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고 지난해에는 공정위가 4개 정유사들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물론 남양유업처럼 공정위와의 소송에서 지거나 국세청과의 다툼에서 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다소 무리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과도하게 대기업을 옥죄거나 세수 확충을 위해 일단 걷고 보자는 식의 세무조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