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3일] 영어공시 신중한 허용을

한국거래소가 국내 시장에 상장한 해외 업체에게 영어로 작성된 수시 공시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거래소는 영어 공시를 허용함으로써 해외업체의 국내 상장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영어 공시가 허용되면 다소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국내에 상장한 해외 업체들의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국내 투자자들이나 증권사 연구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정보를 얻는 기본적인 수단인 ‘수시 공시’ 마저 영어로 제출되면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영어 독해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글로 작성된 수시 공시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데 영어로 된 서류를 제대로 살펴보려면 이보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경영 관련 용어들이 포함된 영어 수시 공시 서류를 떠올려보면 ‘답답함’이 앞선다. 해외 업체들도 거래소의 영어공시 허용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려를 표시한다. 국내에 상장한 한 외국업체의 관계자는 “영어로 작성된 공시를 한글로 번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고로움은 덜 수 있겠지만 한국 투자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면 한글로 또 공시를 해야 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중국ㆍ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영국 업체들도 국내 증권사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영어 공시 허용은 이들 해외 업체의 국내 상장에 ‘당근’이 될 것은 분명하다. 또 ‘국내 증권시장의 국제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영어 공시가 국내 투자자의 정보 획득에 장애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거래소를 비롯한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현명한 방안 마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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