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6일] 코스타리카와 전자정부 수출

권태균(조달청장)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한 후 네 번째 항해에서 본 한 해안가의 원주민들은 몸에 금으로 된 장식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붙여준 이름이 ‘부유한 해변’, 스페인어로 Costa Rica다. 코스타리카는 인구의 95%가 백인으로 구성돼 있고 소득 6천불로 비교적 풍요롭다. 수도인 산호세는 고원지역에 있어 연중 봄 날씨가 계속된다. 환경과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서 군대도 없고 환경보존을 위해 전 국토의 4분의1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중미지역의 평화중재로 유명한 아리아스 산체스 대통령. 노벨평화상을 받은 중남미의 대표적인 정치 리더다. 코스타리카에서 우리나라의 조달시스템을 수입하겠다고 해서 얼마 전 방문해 협약서를 체결했다.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은 국제연합(UN)에서도 국제표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약 4만개의 공공기관과 15만개의 납품업체가 이 시스템 하나로 연결돼 있고 입찰에서부터 대금지급까지 다 온라인으로 처리 가능하다. 연간 100조에 이르는 공공계약 중 60%가 이 시스템을 통해 체결되고 있다. 온라인화를 통해 구매과정이 투명해 지고 대민 직접접촉이 줄어들면서 부패의 소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시스템을 100억원 정도에 수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베트남에도 우리의 지원자금으로 설치하고 있지만 정식으로 수출하는 것은 코스타리카가 처음이다. 어떤 이유로 멀고 먼 코스타리카에서 우리 시스템을, 그것도 부족한 자체재정을 들여가며 수입하기로 했을까. 코스타리카 전자정부추진위원장의 답변은 명쾌했다. 부패방지와 정부효율 향상을 위해 공공조달의 전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세계 여러 시스템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 시스템이 가장 완벽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원조자금은 장시간이 소요되는데 개혁을 위해서는 돈이 더 들더라도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미의 인구 4백만인 작은 나라에서 접한 개혁에 대한 소신과 의지가 당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아리아스 대통령이 직접 한국대표단을 접견하고 일부 반대도 있으나 나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추진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며 개발초기 한국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깊은 인상을 받았다.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이 있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의 장래는 밝다. 필자는 그런 모습의 일단을 코스타리카에서 봤다. 이런 나라와 힘을 합쳐 향후 우리가 노력해 개발한 다양한 전자정부 수출을 확대해 나간다면 우리와 중남미 간 경제교류 확대에도 큰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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