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전남도청 신축도면 「유형24호」로/1920년대 김순하씨 설계근대건축물에 대한 설계도가 국내 처음 문화재로 지정될 것으로 보여 건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광주광역시 문화재위원회는 전라남도 지역 최초의 근대식 건물인 옛 전남도청(현 도청 민원실)의 신축설계도를 유형문화재 24호로 지정해 영구보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도청건축물의 설계는 1920년대 건축가 김순하씨가 설계한 것으로 국내에서 건축설계도를 유형문화재로 지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시가 유형문화재로 지정한 현재 전남도청 민원실건물의 신축도면은 평면도와 입면도 등 모두 8점으로 가는 연필과 먹으로 그려졌다. 이 도면은 1호에서 9호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는 원본도면이며 이중 2호가 유실되었으나 입면도, 평면도, 구조도 등 주요도면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도청건물은 1923∼25년에 걸쳐 건축된 건물로 3층규모이다. 근대식 유리창호가 사용됐으며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이 건축물은 지난 81년 시유형문화재 6호로 지정됐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순하씨(1901∼1966)는 강원도 삼척군 삼척읍(현 동해시 북삼동)에서 태어나 경성공고를 졸업하고 전남도청기수(현기사)로 출발, 조선총독부에도 근무한 적이 있다. 전남도청본관과 도청회의실, 호남의원과 춘목암 등을 설계했으며 해방 이후에도 대한건축사협회 초대회장과 대한건축학회 초대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일제말부터 해방 이후까지 왕성한 건축활동을 한 건축가다.
광주시문화재위원회 한 조사위원은 이번의 건축설계도 문화재지정 의미에 대해 『옛 전남도청 설계도면은 일제시대 근대 건축양식과 건축교육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현대 건축양식으로 설계된 희귀한 건축자료이므로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건축계에서도 이번 지정에 대해『한국 전통건축의 경우 대부분 도면이 남아 있지 않아 건축사 연구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인데 옛 전남도청건물이 비록 한국의 전통건축은 아니지만 근대식 양식을 갖추고 설계보존상태도 양호하기 때문에 이를 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근대건축연구와 보존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전국에 산재한 건축문화유산에 대한 설계도가 존재할 경우 이번처럼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화재 지정 등의 방법으로 영구히 보존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박영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