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29)의 부진에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누굴까.
우즈 본인을 제외하면 그것은 아마도 아버지 얼 우즈도 약혼녀 엘린 노르데그린도 아닌 PGA투어 커미셔너 팀 핀첨일 것이다. 커미셔너는 투어의 운영과 흥행 등 상업적인 측면에서 ‘총대’를 메고 있는 자리. 투어의 주수입원인 방송 중계권료 협상이 내년 여름으로 코앞에 다가왔지만 ‘최고상품’인 우즈가 예전의 맹위를 보이지 못하자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
우즈는 지금까지 4년에 한 차례씩 방송사들과 맺는 중계료 협상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는 지난 97년 마스터스에서 사상 최연소(21세)에 최다타수차(12타)로 그린재킷을 입으며 한달 뒤 협상에서 PGA측이 이전의 2배인 6억5,000만달러를 받아내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어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4개 메이저대회를 잇달아 제패, 이듬해 계약에서 2003~2006년 중계료를 무려 9억달러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2007~2010년 분을 결정하는 내년 협상에선 ‘우즈 카드’의 ‘약발’이 크게 떨어졌다. 우즈는 2002년 브리티시오픈부터 10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고 올해 1승에 그치면서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위협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PGA투어가 이번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금 규모 등에서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
팀 핀첨 커미셔너는 “필 미켈슨과 비제이 싱 등의 활약으로 투어의 흥미가 더하고 있으며 오는 2010년까지 타이틀스폰서 장기 계약에 사인 한 대회가 10개나 된다”며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큰 성장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팬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자선기금이나 상금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여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음을 내비쳤다.
지난 2월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이후 전에 없던 ‘우승 가뭄’을 겪고 있는 우즈가 3일 개막한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 선전을 펼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