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23일] 빈곤 해소·재정 안정의 동행

지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올해 23세로 청년기에 들어섰다. 청년기에 도달하기까지 국민연금은 제도적으로 큰 발전과 더불어 많은 풍파를 겪었다. 제도 도입 11년 만에 전국민에게 적용해 어떤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압축적 제도 발전을 이룬 반면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가입자로 포함돼 끊임없이 사각지대 문제에 시달렸다. 여기에 국민연금 가입 기회가 없던 현 노인세대의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해 2008년에는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양 제도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가지면서 노후소득 보장에서 역할을 정립할지는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됐다. 고령화 빨라 연금 지출 눈덩이 국민연금은 장기 재정안정을 꾀하기 위한 두차례의 제도개혁으로 급여 수준이 70%에서 오는 2028년까지 40%로 점진적으로 조정됐고 연금을 받는 연령도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미뤄졌다. 제도 도입 19년 만에 두차례 시행된 제도개혁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 때문에 급여 수준이 낮아져 미래에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렵게 됐다는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지만 다른 나라의 공적 연금제도와 비교할 때 장기적 재정상태는 매우 건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현재 올해 지급할 급여총액의 28배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미국의 경우 2043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형적인 부과방식 연금제도를 갖고 있는 영국은 2개월, 독일은 7일에 해당하는 급여지급 여유분만 보유하고 있다. 스웨덴도 1998년 연금개혁을 했으나 현재 5년치 급여지급 여유분의 기금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재정안정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공적 연금으로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전국민에게 적용돼 가장 기본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자리 잡았고 재정적으로도 상당 기간 걱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존재한다.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 속도로 자신의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채 장기적인 노후생활을 맞는 노인인구가 점점 증가한다는 데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을 가정에서 부양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족형태가 변하고 있어 수많은 빈곤한 노인을 양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더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한편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저출산으로 연금지출을 부담할 후세대 규모는 날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 세대의 노인에게 연금을 많이 줘 미래세대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것을 알면서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노인빈곤 해소와 급여의 적정성 확보,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명적인 과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지출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과 지속적으로 복지지출이 증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빈곤 문제의 해소와 장기적 재정부담의 적정성 유지는 언제나, 그리고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정답도 없으므로 사회 구성원들이 가능한 한 합리적이고 장기적으로 사회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에서 계속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복지지출 줄이기등 대안 마련을 스웨덴 같은 북구 복지국가가 복지지출을 줄이기 위해 정액의 기초연금 대신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했다고 해도 이미 연금보험료율로 18.5%가 적용되고 있고 노인빈곤해소대책으로 최저연금도 함께 도입했으며 최저연금을 받는 노인이 전체의 4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빈곤 해소와 재정 문제는 늘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민연금은 이미 1,80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고 연금 수급자 300만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와 노후소득 의존도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상당한 재정안정화를 이룬 상태이므로 이제는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를 가지면서 이 제도를 우리가 믿고 키울 제도로 인정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좀 더 노력할 때라고 본다. 23년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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