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작고한 소설가 이청준은 2002년부터 그의 마지막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스스로 ‘신화소설’이라 부르며 10년간에 걸쳐 완간할 계획을 세웠다. 3부작 장편 소설로 전체 얼개는 잡았지만, 원고를 완성한 건 그 중 1부 뿐. 탈고된 소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개월 만에 독자들과 만난다. 문학계간지 ‘본질과 현상 2006년부터 2007년까지’에 연재됐던 것을 다시 단행본으로 묶은 것.
작가의 유지에 따라 평전을 준비하는 이윤옥 문학평론가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살아계실 때 ‘예전에 안보이던 저 너머의 것이 보인다. 신화에 대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일반적인 의미의 신화가 아니라 ‘피의 흐름’으로 알 수 있는 세계에 관한 것입니다. 화려한 삶으로 인간 위에 군림했던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 아니라 인간보다 더 불행한 그러나 인간세상을 넓게 포용해 신화가 된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우리 태생적 차원의 정서인 ‘넋’에 관한 것이죠. 서구의 신들처럼 배타적이지 않고 모든 것을 감싸 안는 포용의 삶이 그곳에 있다고 선생님께서는 생각하셨어요.”
소설은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전라남도 장흥군 진목리를 배경으로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 ‘남돌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아버지,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등진 큰 형 등 소설을 통해 당시 진목리의 사람들을 복원해 냈다.
작가는 정치적인 기질이 강했던 태산과 예술가적인 기질을 타고난 종훈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두 사람이 각자의 이상향을 건설하기 위해 어떤 다른 삶을 살았는지를 대비하면서 소설을 완성하려고 했다. 이씨는 “1부만으로도 스토리는 완결되지만, 주인공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할 것”이라며 “사회와 역사를 주제로 한 다른 작품보다 훨씬 흡인력있고 추리소설처럼 재미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