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공직이 흔들릴 수는 없다

[특별기고] 공직이 흔들릴 수는 없다 -서울경제 '공직사회' 시리즈에 붙여 서울경제가 새해를 맞아 실시한 '공무원 의식조사'에 응답한 공무원의 50%가 전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서울경제가 이 설문을 바탕으로 이번주초부터 연재한 시리즈 '무력한 공직사회 이대론 안된다'에 따르면 '밤낮 없이 일했는데 경제난 주범으로 눈총을 받아 마음도 몸도 허탈감만 든다'는 한 공직자의 넋두리도 나온다. 근래 들어 공무원들의 무력증이 심각해져 공무원들 스스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공무원의 절반 가량이 공직을 떠나고 싶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예전과 달리 특권이 줄고, 근무여건도 열악하며, 향후 정부의 역할에 대한 회의가 생겨 공직에 대한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직은 다른 자리와 달리 보람이 크다. 공직사회의 일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돈, 권력, 명예에 앞서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보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다른 직업에서도 보람은 얼마든지 느낀다. 그리고 공직이 어려운 만큼 다른 직업도 결코 쉽지 않다. 벤처기업이 한참일 때 공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유인은 대부분 상상치 못한 과다한 보수였다. 그러나 기복은 있겠지만 기업이 항상 호황을 누리며 소기의 목적을 늘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직자들이 자기변혁을 하면서 전문성을 길러 시장과 경쟁해가며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일이야말로 당초 공직에 합류할 때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시칠리아의 오렌지 농장과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은 큰 차이가 있다. 시칠리아의 오렌지 농장들은 기차나 선박과 같은 운송수단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오렌지를 재배한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은 모두 똑같이 생긴 오렌지들이 정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으면서 크기별로 분류되어 마치 공장에서 생산해낸 것 같다. 전통적인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시칠리아에서는 기후의 영향에 따라 어느 해에는 풍작을 이루기도 하고 또 어느 해에는 생산량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혹 이상기후가 나타난다해도 특수제작된 덮개를 씌워가면서 항상 일정한 기후를 유지하여 매년 똑같은 오렌지를 생산해낸다. 시칠리아에서는 기후나 운송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오렌지 생산에 영향을 받겠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사람의 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세상은 변했고 또 꾸준히 변해가고 있다. 경계라는 의미가 무색한 '열린 시대'가 되었으며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나름대로의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모두가 치열히 살아야 하는 때가 왔다. 개개인이, 조직이, 국가가 세계화라는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다 창의적으로, 보다 다양하게 변화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시칠리아 농부처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오렌지를 재배하다가는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새로운 감각과 사고로 급변하는 시대 조류에 적응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공무원의 사기를 높여 각종 개혁에 최선을 다하고 행정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 공무원 보수현실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고, 올해 공무원 봉급을 6.7% 인상하기로 하였다. 2004년이 되면 공무원의 보수가 민간과 동일한 수준이 되도록 보수현실화 계획을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가면 공무원의 삶의 질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계급제도를 새로운 행정환경에 맞추어 행정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여 성과주의 인사관리를 실현하는데 적합하도록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교통상부와 기상청을 대상으로 직무분석을 실시하여 전 부처로 확대해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모두가 공직사회의 인적자원(peopleware)을 개발해 정부의 개혁을 이루고자 함이다. 공무원이 공직을 쉽게 떠나고, 또 떠나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열려 있다는 증거이다. 제도가 점차 바뀌어 이제는 공직자가 떠나는 만큼 민간인도 공직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그것은 과거와 달리 정부와 시장 간에 경계가 없다는 뜻이다. 시칠리아 농부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만이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캘리포니아 농장에서처럼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 공직사회를 스스로 개혁하는 길만이 정부와 시장이 함께 사는 길이다. /김광웅(金光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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