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전 정무위원장을 맡은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에 각 협회장 수령 연봉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금투협회는 관련 자료를 의원실에 제출했지만 은행연합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금투협회장 연봉만이 대중에 공개됐고 고액 연봉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유관기관장 급여체계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4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의 연봉이 최대 40%까지 삭감됐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각 협회장들만큼은 예외다. 일종의 '성역'처럼 남아 있는 협회장 고액 연봉에 대한 수술이 뒤따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국회 및 금융당국, 금융계 등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장 연봉은 최대 7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연합회장 연봉(2012년 말 기준)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급은 4억원 후반대로 책정돼 있으며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최대 50%까지 지급될 수 있다. 성과급 전액이 지급되면 최대 약 7억원까지 수령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연합회장에 이어 금융투자협회장도 고액 연봉을 받는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의 연봉은 약 5억3,000만원. 금융투자협회장 연봉 역시 기본급(약 2억8,000만원)과 성과급(기본급의 최대 100%)으로 구성돼 있다. 금투협회는 상근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에게는 연봉과 성과급을 포함해 각 3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밖에 여신금융협회장의 연봉은 4억원가량이며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연봉은 각각 3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다만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성과급 제도가 있어 이를 추가로 받으면 수령 연봉이 최대 5억원으로 늘어난다.
경제민주화 흐름에 맞춰 금융사 CEO의 고액 연봉에 메스질이 가해진 것과 달리 금융협회장들의 연봉이 성역화돼 있는 것은 지나친 폐쇄성 탓이다. 은행·보험·증권사 등 각 권역의 금융회사를 회원사로 둔 각 협회는 상장사도 아니고 정부기관도 아니어서 공시 의무도 없고 알리오시스템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금융관료 출신 인사들이 CEO를 맡고 있어 금융당국의 견제 의지도 약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협회는 수익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어서 성과급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실적을 계량화할 수 없다 보니 성과급 체계가 매우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협회 임원 보수체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수술 의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협회 임원 자리가 전직 금융관료들의 낙하산 자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협회 임원 자리는 회장의 경우 모피아 출신 고위 관료가, 부회장이나 그 밖에 임원·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이 맡는 것으로 관례화돼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시킨 원칙 중 하나가 실적연동제였는데 이러한 논리라면 금융협회장들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