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탄핵정국과 경제

과거 기업의 구조조정 그리고 금융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국민들은 당황했는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 앞에 놓인 현실이 얼마나 불안했는가.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은 기업들이 사상초유의 이익을 내고있고, 은행들은 수조원의 카드손실을 처리하고도 올해는 5조원 이상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이 격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지만 개혁이 진행 중이라는 간접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 대가가 없는 정치발전이 있겠는가. 위기라고 불리는 것은 항상 경험해 보지 못한 처음의 일이고, 향후 전망이 쉽지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최근 내외신에서 이러저러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당분간 주가와 환율, 외평채 가산 금리는 변동성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불안과 함께 실물경제도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축되어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가계 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 내수 부양 등 중요한 선결 경제 정책들의 추진에 힘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우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의 `시스템 혼란 혹은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의 경제 체질이 정치적 외부 충격에 일시에 나자빠지며 붕괴될 만큼 허약하진 않다. 우리는 외환 위기라는 큰 대가를 통해 위기 관리 능력을 키워왔다. 조금만 더 성숙시키면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 수출할 수도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당장의 충격에 의해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에 이상이 없다면 이른 시간 내에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사례를 보면 지난 2001년 7월 와히드 대통령 탄핵 시에 주요 외국 신용평가사들은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변경하지는 않았다.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실제로 외국계 신용평가기관들은 이번 탄핵으로 인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당장 주식을 급하게 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과거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처음 겪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비교면에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들의 경험은 우리 내부적으로 과거의 사례처럼 극복해가면은 그들이 투자한 자금에 아무런 이상이 없을 거라는 믿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탄핵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의해서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이벤트가 실물경제의 정상적인 순환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동요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적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이 불안을 키운다. 다행이 경제 주체들, 그리고 정치 주체들은 이를 알고 현명하게 협조하며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MSCI와 FTSE 선진국시장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시점에 정치적 불안정성이 여전하다라는 인상을 국제 사회에 다시 확인시킨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 주체들이 외부 충격에 대해 성숙한 위기 관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입증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얻게 되었다. 외국 투자가들에게 오히려 더욱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이번 위기는 한국경제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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