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하반기 경제정책 '성장→물가' 급선회

■ 경제장관회의 개최<br>고유가→경기 악화→민심 이반에 위기감<br>서민생활 안정 초점… '고환율' 후퇴 시사<br>올해 성장률 ·물가전망치 수정 불가피할듯


이명박 정부의 ‘성장’정책이 당분간 잠수를 탄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최고조로 치닫자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기존의 ‘성장’에서 ‘물가’로 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급격한 유가 상승으로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서민생활과 물가안정을 위해 전 경제부처가 담당해야 하는 정책 대응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회의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장관회의 브리핑에서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정책 최우선 목표를 두겠다”며 “당장은 물가우선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범 100일 남짓에 정책방향 급선회=재정부가 이날 보고에서 거듭 강조한 것은 ‘민생 안정’이다. 고유가로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커진 만큼 정책의 최우선을 민생과 물가 안정에 두겠다는 것이다.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으로 제시한 5대 과제도 ▦안정적 거시정책 운영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노력 강화 ▦저소득층 지원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확충노력 등 성장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불과 3개월 전 ‘7% 성장능력’을 목표로 재정부가 내놓았던 3대 과제인 ▦투자ㆍ소비기반 확충 ▦기업환경 개선 ▦신성장동력 발굴과는 큰 차이를 드러낸다. 강 장관은 이날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유가가 8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유가 상승으로 두바이유가 130달러에 근접하고 일부 전망기관에서는 추가 상승을 예측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방향 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통화ㆍ환율 등 거시경제정책도 수출 촉진보다는 서민생활 안정으로 초점을 옮겼다. 재정부는 이날 “통화와 환율 등 거시정책 변수가 물가ㆍ성장률 등 실물경제 흐름과 괴리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혀 재정부가 경상수지를 중시하면서 그동안 펴왔던 고환율정책에서 한 발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버린 것은 아니다=물론 정부가 가파른 성장에서 서민생활 안정으로 눈높이를 낮추기는 했지만 성장에 사활을 거는 ‘MB노믹스’를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예상외로 가파르게 진전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뒤숭숭한 민심을 의식해 부랴부랴 정책 방향을 틀기는 했지만 MB정부의 근간은 여전히 ‘성장’이다. 강 장관은 “성장동력 확충은 감세ㆍ규제완화를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성장을 통한 공급능력이 확충돼야 물가 안정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외생 변수 때문에 하반기에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지만 성장을 무시한 ‘물가 올인’보다는 ‘물가와 성장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이날 하반기 공공요금 동결 등의 서민생활 대책과 함께 5조원 이상의 건설투자 자금을 추가로 풀겠다는 경기보완책을 내놓았다. 다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은 당초 낙관했던 수준보다 한층 어두워질 것임을 시인했다. 재정부는 “내수 부진으로 고용 부진이 지속될 경우 가계소득이 악화되면서 체감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연간 취업자 증가폭도 지난해(28만명)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임종룡 국장도 “당초 예상과 달리 많은 변화가 있어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할 때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당초 6%로 제시한 성장률이 상당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오는 7월 초 발표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수립에 앞서 경제부처 장관들이 추후 정책과제를 집중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경제 현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이례적으로 경제 관련 최고위 관료들이 총출동했다. 강 장관과 이윤호 지식경제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이영희 노동부, 이만의 환경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부처 수장들 외에도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과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이 모두 참석했다. 차관급은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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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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