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예보 공동계정' 금융당국-은행 입장차로 표류

저축은행 부실 해소를 위한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도입 방안이 금융당국과 은행권 간 입장차이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위기 발생에 대비해 공동계정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은행권에서는 위기발생시 한시적으로 기금을 각출하되 부실 해소 후 되돌려받는 영국식 모델을 고집하고 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2금융권은 공동계정 도입에 호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며 "조만간 은행 측을 설득해 정부 방침을 관철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긴급상황시 각 금융권역이 자금을 각출해 필요한 재원을 조성한 뒤 나중에 돌려받는 사후정산방식 공동계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은행 측 제안에 대해 "이는 결국 업권별 계정에서 일시 차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 업권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권 전체적인 차원에서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동계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후정산방식 공동계정은 한 금융업권에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공동계정 도입 여부를 재논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후정산방식 공동계정의 경우 '살아남은 자의 저주'를 유발할 수 있다는 논리도 폈다. 사후정산방식은 평소 자산건전성을 유지해 금융위기에 책임이 없는 금융회사들이 기금을 부담하는 반면 정작 위기를 유발한 부실 금융회사들은 부담을 지지 않아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금융위기 때마다 새롭게 자금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여건이 좋지 않을 때 금융회사의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역효과도 발생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정 국장은 "예보 공동계정은 저축은행 부실 해소뿐 아니라 향후 어떤 업권에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사전에 마련해두자는 취지"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사후정산방식보다는 사전적립 방식의 공동계정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예보 공동기금 조성은 예보자보호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 금융위는 최근 은행연합회 측과 7~8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을뿐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이달 안에 저축은행 부실 해소 및 장기발전 방향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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