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 금리안정에 정책 우선을”/유상호(해외통신원)

◎영 펀드매니저들 동남아 통화·증시폭락/한·일·홍콩 등 파급우려/이머징마켓 투자 축소/“경제회복 신뢰구축 외국자본 이탈막아야”한국경제의 우울한 소식들과는 달리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는 온통 활기에 넘쳐있다. 저녁 퇴근시간에는 예전과 달리 택시 잡기도 수월치않을 뿐만아니라 고객과 식사라도 하려고하면 고급식당은 예약이 쉽치않다. 영국은 지난 80년대이후 기나긴 구조조정을 마치고 최근 4년간 계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선진7개국(G7)중 3% 이상의 고성장을 누리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뿐이다. 주식시장은 올들어 17.6%나 상승, 투자가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의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도 호황지속을 예고하고있다. 그러나 지난 7월이후 동남아 각국의 연쇄적인 통화 및 주가 폭락의 한파가 홍콩증시를 덮치고 그 충격으로 10월27일 세계증시의 동반폭락(블랙 먼데이)을 몰고오자 영국에서는 현재의 주가수준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계증시의 흐름은 뉴욕시장 등 선진국증시가 주도해왔으나 최근에는 홍콩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 선도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아시아국가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아시아국가들의 경기침체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지금 대다수 영국 경제분석가들은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런던증시의 파이낸셜 타임스(FT)지수는 주가수익배수(PER)추세 등 국내 기준으로 볼때 이미 고점에 근접했으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의 신중론에도 불구, 주요 증권 분석가들은 여전히 내년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펀드매니저들중에는 남몰래 한숨짓고 있는 그룹들이 있다. 바로 아시아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가들이다. 전통적으로 리스크회피를 위해 국제 분산투자를 선도해온 영국투자가들은 상대적으로 아시아에 대한 투자비중이 컸기에 그 여파도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G7의 해외증권투자 거래액은 5배나 늘어나 이머징마켓의 비중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곳 투자가들의 최근 투자행태를 살펴보면 지난해 이후 아시아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남미와 동유럽의 비중을 꾸준히 높여오고 있다. 올들어 아시아증시의 주가는 평균 23.6%가 하락한 반면 중남미와 동유럽은 각각 45.6%와 60.5%가 상승, 아시아시장에 대한 투자 축소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칠레, 동구의 불가리아, 헝가리, 러시아등이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된 탓이다. 외국투자가들이 지난 수개월간 한국주식을 계속하여 매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의 연쇄적인 도산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 원화환율급등 등으로 한국증시의 매력이 급속히 감소되고 있는 데다은행의 부실화로 인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및 한국정부의 경제운영능력에 대한 불신 등 악재가 겹치고 잇다. 이로 인해 외국투자가들이 속속 한국시장으로부터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의 주식매도 및 이로 인한 매도대금 유출은 주가와 원화가치의 추가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외국투자가보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관심을 끄는데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무리한 환율방어보다는 금융시장의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라는 이곳 투자가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 94년 멕시코 금융위기의 경우 환율절하를 막기위해 인위적인 금리인상에 나섰다가 주가가 폭락하고 이는 결국 외국투자가들의 이탈사태를 불러왔다. 이같은 대응에 한계를 느낀 멕시코 정부가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포기하고 환율변동을 시장기능에 맡기자 금리와 환율이 안정을 회복하고 주가도 반등할 수 있었다. 환율방어와 금리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 어려운 실정이라면 환율의 급격한 절하가 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금리의 하향안정화를 통한 금융시장의 안정과 주가급락 방지를 꾀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이다. 이는 선진국 투자가들이 주식투자에 있어 금리의 움직임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는 점을 보더라도 우리의 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대우증 런던현지법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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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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