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하반기 경영활동 활기 띨듯
"경기 회복기 진입" 진단30대그룹 투자는 30% 가까이 늘려 기대감때아닌 낙관론에 "의도 뭐냐" 해석도 분분
문성진 기자 hnsj@sed.co.kr
'한국경제 정말로 회복세로 돌아서나.'
그룹이나 기업의 경영방향을 총괄하는 재계 총수들이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함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상반기에 비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30대그룹이 하반기 투자를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대폭 늘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수출 호조세 지속, 내수경기의 완만한 회복 등에 힘입어 대기업의 투자가 크게 증가(전년동기 대비 24.2%)해 투자증가율 면에서 벤처 붐 등으로 기업투자가 활발했던 지난 2000년 수준(24.3%)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업 투자가 두자릿수로 늘어나면서(16.0%) 산업간 투자양극화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것으로 전경련은 해석했다. 기업들이 전혀 다른 업종에 진출하거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점도 '가뭄에 단비' 격이다. 내실을 탄탄히 다지겠다는 기업들의 각오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허수가 적지않은데다 '착시현상'이 작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 편중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 전경련의 하반기 투자계획 조사에서 대기업 투자의 대부분이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4대그룹에 집중돼 있고 이중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정부를 겨냥한 립서비스'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내내 '경제위기'라며 규제완화를 요구했던 회장단이 지표로나 체감으로나 경기가 더 나빠졌다고 여겨지는 지금 '같은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기부 X파일 사건과 두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 잇단 악재로 궁지에 몰린 재계가 정부와의 충돌을 피하고 실리를 챙기기 위해 이 같은 좌표를 선택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어찌 됐건 그룹이나 기업의 경영방향을 결정하는 총수들의 인식이 '경기회복'이라면 기업들의 움직임도 경기침체 때와 달리 공격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여전히 아랫목에만 맴돌며 윗목까지는 전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재계가 낙관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입력시간 : 2005/09/08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