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4월 14일] 터키, 겸손한 외교정책 펼 때

(파이낸셜타임스 4월 13일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난주 터키 방문은 국제관계에서 터키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음을 인정해준 것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까지 양국 관계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터키가 지원을 거절하면서 나빠졌었다. 그러나 오바마의 방문으로 전환점이 이뤄졌을 것이다. 오바마는 이슬람 세계와 서방을 잇는 가교로서 터키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터키가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또 터키가 언젠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할 거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물론 이런 희망은 EU 지도자들에게 또다른 고민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오바마의 발언이 있자마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은 터키의 가입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터키의 EU 가입에 대해 자국 내 여론이 크게 나뉘어져 있다고 인정했다. 터키의 가입을 둘러싼 이 같은 부정적 시각들은 유감스럽다.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은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EU와 가입 협상을 시작했으며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정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점을 특히 주목할 만하다. EU 회원국이라는 자격은 터키의 정치적 안정에 대한 가장 훌륭한 인증서이기도 하다. 이는 이슬람과 서방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터키는 국제사회를 향해 아무 소득 없이 경솔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터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안정시키는 데 구조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 그런데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지명에 혼자 반대해 NATO 정상회의를 거의 망쳐놨다. NATO 회의는 작은 불만을 표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자리다. 터키의 국제적 이미지가 손상됐다. 이젠 터키가 겸손하고 책임 있는 외교를 펼칠 때다. 향후 몇달간 2가지 큰 도전이 올 것이다. 첫째는 아르메니아와 관계를 정상화해 아제르바이잔의 지원으로 지난 1993년 폐쇄한 국경을 다시 개방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이프러스 분쟁에 대해 그리스와 화해를 하는 것이다. 이 분쟁은 터키 가입에 관한 EU와 NATO의 내부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터키가 이 사안들에 대해 정치적 합의을 보여주면 EU 가입 노력에 크게 힘이 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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