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주가 떨어지자 증여 잇달아

신진에스엠 등 절세 노린듯… "반등 신호 아니다" 지적도


최근 주가가 부진한 주요 중견기업이 2·3세에게 회사 주식을 잇달아 증여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증여해 증여세를 줄여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종인 비에이치아이 대표는 지난 21일 두 아들에게 104만여주를 증여했다. 장남 동만(26)씨에게 65만주, 차남 동민(23)씨에게 39만2,400주가 돌아갔다. 이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 회사 주식을 손에 쥐었다. 두 사람 모두 아직 학생신분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할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이번 증여가 경영승계 목적이라기보다는 주가 하락기를 활용한 증여세 절감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진에스엠도 김영현 회장이 10일 자녀인 김은식(35) 실장에게 회사 주식 14만4,785주를, 김 회장의 부인 양순임은 딸 김은주 부장에게 7만1,305주를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쎈테크는 3세인 손주들에 대한 주식 증여가 이뤄졌다. 이 회사 조시영 회장은 18일 손자인 한웅(13)군과 한용(9)군에게 각각 62만5,000주씩 145만주를 증여했다. 증여와 별개로 7세인 손자 한준군은 같은 날 에쎈테크 주식 45만2,190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번 증여로 이 회장의 지분이 낮아지며 에쎈테크 최대주주가 대창㈜으로 바뀌었지만 대창의 최대주주가 조 회장이라는 점에서 경영권에 큰 변화는 없었다.

관련기사



이들 회사는 모두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증여를 단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플랜트 업황 호조 기대에 지난해 2월 2만9,000원대까지 주가가 상승했지만 이후 기계 발주 부진 여파로 주가가 크게 내렸다. 최근 두 달간 주가가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주식가치는 40% 넘게 쪼그라든 상태다. 신진에스엠 역시 지난해 10월(2만1,000원대) 이후 하락 곡선을 그리며 1만8,590원까지 떨어졌고 에쎈테크는 지난해 8월 특별한 사유 없이 급등해 1,100원대를 찍은 후 줄곧 하락해 최근 815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상장주식을 증여할 때 내야 하는 증여세는 증여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비영업일 포함)간의 주가 평균을 반영해 산출한다”며 “상장주식에 대한 증여세 부담이 큰 편이기에 긴박한 경영상 문제가 아닌 이상 대부분 상장사가 주가 하락 시점을 노려 절세를 하려 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말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은 차남 이준혁 대표에게 했던 420만주의 증여를 취소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증여세가 부담돼 증여를 취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식 증여는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내에 취소할 수 있다.다만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주가 모멘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하락기 증여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해당 종목의 반등을 점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소속 세무위원은 “성장성 있는 기업 주식을 주가가 떨어졌을 때 증여한다는 것은 같은 가치의 주식을 싸게 넘긴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주가 반등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