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폐허 속에서 갓난아기를 살려내고 자신은 숨져간 어머니의 모성애가 이란 국민들을 또다시 울리고 있다.이란 밤 시(市)의 무너진 가옥 속에서 죽은 어머니의 품 속에 안겨 살아 남은 생후 6개월의 여자 아기가 극적으로 구출됐다.
나심이란 이름의 이 아기는 26일 새벽 지진이 발생한 지 37시간이 지난 뒤 구조됐다. 이 소식이 뒤늦게 이란 국영 TV 등에 보도되자 이란 국민들은 "엄마의 사랑이 생명을 구했다"며 감동하고 있다.
이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 구조요원들은 27일 오후 밤 시 남쪽의 주택 붕괴 현장에서 죽은 엄마의 가슴에 안겨진 아기를 발견했다.
아기는 상처를 조금 입기는 했으나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아기의 엄마는 수 시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아기의 언니와 오빠를 포함해 나머지 가족들도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다. 구조요원들은 물과 음식이 전혀 없었고 밤 사이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음에도 갓난아기가 살아남은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나심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적신월사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심은 어머니가 껴안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지금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지진 발생 나흘째인 29일 무너진 가옥에서 12세 소녀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시간이 흘러 생존자 발견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구조대원들은 이날 새벽 막바지 구조작업에 나선 끝에 무너진 가옥에서 다리가 부러지고 의식을 잃은 소녀를 찾아냈다.
한 구조대원은 "지붕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데다 공기가 통했기 때문에 소녀가 생존할 수 있었다"면서 "이 소녀가 쌀로 만든 음식이 있었던 부엌에서 발견된 점으로 봐서 집이 무너진 뒤 이 음식으로 연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갓난아기와 소녀의 구출 소식은 심신이 지친 구조요원들에게 모처럼 기쁨은 안겨줬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한편 이날 이란 국영 라디오방송이 지금까지 약 2만 8,000구의 시신이 발굴돼 매장됐다고 보도했으며 현장을 방문한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은 "사망자 규모가 최대 5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