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리엘 도르프만외 지음/ 새물결 펴냄.
`왜 도널드 덕이나 그의 친구들에게는 부모가 없는가`
저자들은 미국 문화산업의 대표작인 `도널드 덕`에 대해 맨 먼저 이같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들에 따르면 `미문화산업의 첨병` 역할을 해 온 월트디즈니사의 작품세계에 모든 가족관계가 부모없는 삼촌-조카들로만 구성돼 있는 이유는 미국 문화산업이 이미 형성된 자기중심의 세계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적인 정치심리학적 메카니즘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70년대 칠레의 유명한 극작가이자 사회학자인 저자들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현실의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장과 해방의 투쟁 관계를 모두 지우고 역사과정을 오로지 체제내에서 권선징악을 통한 경쟁과 선악의 투쟁으로만 대체하는 것이 미국 문화산업의 목표`라고 역설한다.
지난 71년 칠레에서 처음 발간됐을 당시 미국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아 주목을 받았던 이 책은 73년 친미 성향의 피노체트 정권에 의해 `현대판 분서갱유`를 당하고 판금됐을 정도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그동안 전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됐으나 정작 영어판은 미국내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영국을 통해 건너갔으며, 그 후에도 만화의 비판적 사용을 둘러 싼 `공정 사용`에 대한 법적 논쟁으로, 저작권 논쟁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