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상생과 상극

김진형 남영비비안 대표이사 사장


상생이란 단어는 말 그대로 서로 도움이 되며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것은 고대 중국의 세계관인 '오행(五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물·불·나무·금·흙, 이렇게 세상을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가 서로의 존재로 인해 영향을 받으면서 더 자라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생의 반대격인 말로는 상극이 있다. 흔히들 상극이라고 하면 서로 대립하고 부딪히는 관계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서로 충돌하는 관계는 상극이 아닌 '상충'이다. 상극은 양쪽이 비등한 상태에서 세력을 겨루는 것이 아닌 한쪽에서 지나친 기운을 제어하는 것을 뜻한다.


어감 때문인지 상생은 무조건 좋고 상극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상극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영원한 성장과 팽창이 가능한 것은 없듯이 세상사에는 억제와 정지의 작용도 필요한 법이다. 상극 상태를 통해 억제해야 할 것은 제대로 막아야 올바른 기운이 제대로 흐르고 올바른 상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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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생과 상극은 서로 맞물려 있는 관계다. 상극이 없는 영원한 상생은 존재할 수 없고 상생이 좋은 일이라고 해서 아무리 상생만을 좇더라도 저절로 상극이 따라온다. 오행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는 서로 맞물려 있는 관계다. 예를 들어 나무는 흙과 물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훗날 불을 키워내는 재료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금속성 물질에 의해 잘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한 영향을 미치며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개개인이 오행의 다섯 가지 요소라면 서로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통해 살아간다. 상생이 서로 간의 협동심을 뜻한다면 반대로 상극은 개인이 더 중시되는 이기심, 또는 경쟁심으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상생과 상극이 반대되는 개념이면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듯이, 현실에서도 무한한 협동만을 혹은 극도의 경쟁만을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상생과 상극을 적절히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사의 관계, 협력사와의 관계에서도 서로 좋게 하는 것은 상생을 통해 더욱 불러일으키고 반대로 관계를 해치는 것은 상극의 관계를 통해 억제해야 한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은 상생을 불러오지만 반대로 상생의 개념이 '우리끼리만 잘 해보자'는 그릇된 생각으로 변질되거나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지나치게 팽배할 때는 이를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대로 상극의 작용이 필요하다. 상생이 사라지면 상극만 남지만, 상극이 사라지면 상생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을 구성하는 요소마저 사라진다. 상생과 상극을 통해 오행의 요소들이 존재하고 힘을 받는 것처럼 사회의 개인이나 기업도 상생과 상극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결국에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계를 넘지 않는 균형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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