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해외영업부의 이 모 과장은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부푼 마음으로 본사 뒤편 남산으로 올라간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주요 임원들과 중간간부, 평사원 등이 두루 참여하는 마라톤동호회의 멤버인 까닭이다. 20여명의 멤버들이 모이면 남산 배드민턴장 앞에서 출발해 국립중앙극장을 돌아오는 왕복 6㎞의 코스를 뛴다. 단순히 마라톤을 뛰는 것만이 아니다. 이어지는 저녁식사 자리는 동호회 참여의 필수 조건이다. 이 과장이 마라톤동호회가 만들어진 뒤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땀 흘린 뒤 꿀맛 같은 식사를 함께하고 사무실에서 못다한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덧 선후배간 또는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장이 된다. 이 과장은 “평소 업무로는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사장님도 함께 운동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서 반드시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한전선의 마라톤동호회가 직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는 사내모임으로 꼽히는 것은 회사 최고경영자인 임종욱 사장의 경영철학 때문.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회사가 즐거운 일터로 조성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마라톤동호회의 창립 멤버인 임 사장은 수요일 오후에는 가급적 약속을 잡지 않고 꼭 참가하고 있어 우수 회원으로 분류된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에 직원들이 함께 떠나는 ‘문화나들이’는 대한전선이 가장 공을 들이는 프로그램. 이는 지난 2005년 설립된 설원량문화재단과 함께 문화예술 혜택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매월 홀수 달에 진행된다. 직원들이 직접 봉사자로 나서 미술전과 공연관람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문화체험을 함께 하면서 소풍처럼 신나는 하루를 즐긴다. 특히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인 인재경영은 대한전선이 즐거운 일터 조성을 위해 밀고 있는 히든 카드다. 5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대표적인 내실경영 기업인 대한전선은 그 동안 회사 경쟁력의 핵심을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양성하는 데 맞춰왔다. 적극적이고 능력있는 인재라면 업계 최고대우를 해준다는 회사 설립초기 방침 때문이다. 올 봄 처음으로 신입직원들의 입사 100일을 맞아 ‘신입사원 OJT 경진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사내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세계각국으로 파견, 글로벌 시대의 핵심인력으로 양성하는 ‘글로벌 인재제도’와 2004년부터 실시해온 ‘현장사원 해외연수제도’ 역시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동기부여 측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