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신용카드 25년 상거래가 변한다/기고] 신용카드 25년의 공과

일부 백화점이 신분보장 기능위주로 백화점카드를 발급한 것을 제외하면, 외환은행이 비자카드를 발급함으로써 자금결제기능을 갖춘 신용카드를 도입한 1978년이 우리나라 신용카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80년 국민카드가 국내전용 카드를 발급, 신용카드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카드산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신용카드업법이 1987년 제정되면서 신용카드산업은 제도화된 독자적인 금융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동안 신용카드업계는 카드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등 신용사회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기초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왔으며, 이러한 토대 위에 오늘날과 같은 카드산업의 성장이 가능할 수 있었다. 최근의 폭발적인 성장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인한 금융환경의 변화에 기인한다. 금융의 패러다임이 경제위기 이후 공공성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소비자금융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던 금융환경에서 신용카드업은 이러한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공평과세를 통한 상거래 투명성 제고와 세수확대를 목적으로 한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 또한 카드산업이 보다 발전하고 성장하는 또 다른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과거 카드사에 몸담고 있던 필자가 초기 카드영업을 할 때만 해도, 열악한 영업환경으로 인해 대형 백화점이나 호텔 등에서만 카드사용이 가능했다. 가맹점 유치를 위해 카드사 영업직원들이 대형음식점에서 한달동안 설거지를 하던 일도 있었다. 필자 또한 서울-전주간을 승용차로 오르내리며, 모든 주유소를 빠짐없이 들러 신용카드로 주유가 가능한지를 확인했다. 자주 다니던 조그만 음식점 등에도 가맹점가입을 권유하여 카드를 받게 하는 등 직접 마케팅도 하곤 하였다. 이제는 가맹점공동이용제도가 도입되어 어느 카드를 가지고 있어도 어느 가맹점에서건 자유로이 카드사용이 이루어질 만큼 여건이 좋아졌다. 가맹점 유치를 위해 밤낮 없이 열심히 뛰던 카드사 영업직원들의 노력이 이제는 옛 추억으로 느껴질 만큼 카드사용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현금거래 관행이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서 카드사용이 외면당해 왔지만,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와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과 같은 정부의 카드사용 유인책은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현금선호 의식을 변화시켰다. 또한 카드사들의 다양한 마케팅과 회원에 대한 서비스 제공도 카드 사용을 더욱 촉진하였다. 카드사용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던 일반 소비자들도 신용카드의 편리성과 경제성, 안전성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제 신용카드는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신용카드가 도입된 지 25년이 지난 오늘날, 카드산업은 우리나라 소비자금융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급성장하였지만 사실 그 성장사를 살펴보면, 1990년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수익성 있는 사업은 분명 아니었다. 1993년 26조 9,600억원에 그치던 카드이용액이 1997년 72조원, 2001년 454조원에 달하여 가히 폭발적이라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총 민간소비지출 중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출금액(현금서비스 제외)의 비중 또한 1993년 8.1%에 불과하였으나, 1997년 15.0%, 2000년에는 26.9%를 차지하였으며, 2001년은 43.6%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급속한 신용카드 산업의 성장의 이면에는 각종 카드관련 범죄, 신용불량자 양산 등과 같은 부정적인 병리현상들도 보여지고 있다. 이는 경제소득의 향상과 같은 외적 성장은 이루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내적 성장요인으로서 소비자들의 신용의식이 아직도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카드사용은 소비자에게 신용을 부여하여 지불의무를 연장할 뿐이지 사용에 대한 책임을 수반하는 만큼, 편리한 기능만큼이나 그에 따르는 책임에 충실하는 것이 선진신용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모두가 지녀야 할 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의 책임의식이나 신용개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 경제교육을 시행하여, 성인이 되어 주체적 경제활동을 할 때 혼란과 당혹스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이미 사회에 진출한 성인들에게도 지속적인 신용경제교육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일은 우리 사회전체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카드업계도 신용카드 사용과 관련한 각종 홍보나 교육을 끊임없이 추진하여 카드산업의 질적성장이 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해에도 우리 협회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업계가 적절히 대응하고, 내실 위주의 건전경영에 전력하여 올바른 신용사회를 리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교육과 홍보에 끊임없이 노력하여 건전한 카드사용 문화가 정착되도록 할 것이다. 신용카드로 인하여 우리사회가 더욱 투명하고 밝아지며, 명실상부한 선진신용사회에 이미 도달하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유종섭 여신금융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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