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후보 진영과 기업들의 선거자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당들은 자금이 부족해서, 기업들은 정당과 후보진영의 자금지원 요청이 오지않을까 해서다.
특히 기업들은 과거의 선거자금 불법제공으로 홍역을 치렀던 것을 생각하면 지원 요청을 받더라도 선뜻 내줄 수 없고, 그렇다고 뒷날을 생각하면 안 주기도 어려워 곤란한 입장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후환이 두려워 난감한 처지이다.
선거법상 각 정당의 선거자금 허용 한도는 465억여원이다. 국고 지원은 대선 관련 보조금 284억원과 4ㆍ4분기 정당보조금 71억원 등으로 대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은 여기서 각각 140억원, 150억여원 정도를 나눠 받게 된다. 법정 한도까지만 쓴다 해도 양측이 각각 3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대선기간 후원금을 일절 받을 수 없도록 돼 있어 결국 당비 등으로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부족분을 기업 지원으로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 후보 진영의 딱한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에 손 벌리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기업들에 불법을 저지르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 폐해와 후유증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기업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기업인들의 사법처리는 경영 투명성을 해치고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선거자금을 더 마련하기에 앞서 돈 안 쓰는 선거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차라리 국고보조금을 늘리는 게 기업들로부터 불법 자금을 걷는 것보다 훨씬 낫다.
각 정당 대표들은 지난 3월 투명사회협약 대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손을 들고 다짐한 투명선거 서약을 잊지 않기 바란다. 투명선거의 첫 걸음은 깨끗한 선거이며 이는 기업에 손을 벌리지 않는 데서 출발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