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회주의정책 다시 부상할듯/불 좌파연합 승리… 3번째 좌우동거

◎의석 314석 확보 과반수 20석 넘어/고용창출·세금제도 개혁 역점/기간산업외 기업민영화는 지속될듯사회당 등 좌파연합이 1일 실시된 총선 2차 결선투표에서 집권 중도우파연합을 누르고 과반수의석 확보에 성공, 프랑스에서 세번째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가 등장하게 됐다. 최종 개표결과 좌파는 사회당 2백52석, 공산당 39석 등 모두 3백14석을 확보해 전체의석 5백77석의 과반수를 20석이나 웃도는 압도적인 승리를 올린데 반해 집권 우파는 기존의석의 절반이나 상실한채 2백62석을 얻는데 그쳤다. 좌우동거정부의 출현으로 지난 93년이후 우파내각에 의해 추진돼온 각종 국정개혁이나 대외관계에도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 총리로 지명된 조스팽 사회당 당수가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새로운 경제정책」을 표방한 만큼 앞으로 프랑스의 정책기조는 일단 사회보장이나 고용정책 등을 보다 중시하는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총선과정에서 일부 노선의 완화, 막대한 재원 확보 및 우파 시라크 대통령과의 정책 마찰 등을 감안할때 실현성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좌파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12.8%수준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로 대변되는 고용문제. 사회당은 70만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이행에 중점을 두면서 근로시간 단축, 공무원 확대, 임금 인상 등의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선직전에 고용 확대를 3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주35시간 근무제를 노사간의 협상을 통해 추진키로 하는 등 당초 입장에서 후퇴해 정책조율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좌파정부는 또 공공투자 등 지출을 늘려 실업을 해소하면서 오히려 부가가치세를 인하한다는 정책을 내걸어 재원 조달측면에서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부가세의 일괄적 인하보다는 분야별로 세율을 조정하고 부가세 인하에 따른 세수 결손을 재산세 인상으로 보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영기업 민영화작업은 원칙적으로 중단한다는 입장이지만 분야별로는 다소 신축적인 상황. 즉 국방이나 통신·전력·철도처럼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는 중단하되 민간 경쟁분야에서는 일부 정부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톰슨CSF 등 방위산업의 민영화작업은 중지되겠지만 톰슨멀티미디어(TMM) 등 민간 가전분야의 민영화일정은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좌파정부는 일단 기존의 유럽통합방침을 추진해 나가겠지만 아무래도 추진력은 과거보다 훨씬 떨어질 전망이다. 유럽단일통화로 인해 실업문제나 재정지출 등 프랑스의 경제상황이 악화돼서는 안된다거나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99년 1차 단일통화 참여국으로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는 등 통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결국 단일통화의 강도가 약화돼 연성단일통화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의 제도개편 협상에서 프랑스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좌파정부는 또 환경정책 강화, 망명권과 체류권 보호 및 정부부처 통폐합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좌파정부의 이같은 정책방향은 그러나 현실적인 면에서 재원조달 등 상당한 제약을 안고있어 유럽 단일통화의 참여기준인 재정적자 3%를 준수하면서 공공투자를 늘릴수 있을지 시험대가 되고있다.<정상범> ◎조스팽 정책방향 제시/“국정지표는 변화와 진보 정직한 민주주의약속… 단일통화 재검토” 프랑스 제 5공화국 세번째 동거정부의 총리에 지명된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당수(59)의 첫 일성은 「진보와 변화」였다. 투표 후 그는 『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한 새로운 경제정책 실현과 모두에게 열려있는 새롭고 정직한 민주주의를 위한 변화를 약속한다』며 차기총리로서의 국정운영 철학을 내비쳤다. 이번 선거는 조스팽 당수에게는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검증받는 무대였다. 지난 14년간 사회당 집권기간동안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국민들에게 심어놓은 「실망감」을 일소하고 비전을 가진 차세대리더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조스팽은 이번 선거에서 개인적인 설욕도 했다. 95년 대선시 1차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2차결선에서 자크 시라크에게 아깝게 분패했던 한을 통쾌하게 풀었다. 경제학교수출신인 그를 두고 지지자들은 그의 진솔한 성격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미테랑이 생전에 그를 두고 『싫든 좋든 우회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인물평을 했을 만큼 그와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동지건 적수건간에 진솔한 인간성에 매료된다. 조스팽은 이같은 성격이 다소 유약해보이기도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럽화폐 통합의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 쟁점부재의 선거에서 보물을 캐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조스팽 차기총리는 5년임기를 남긴 시라크 대통령과 파워게임에서 또다시 승리, 차기대권까지 넘보려 하고 있다.<문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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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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