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 파생상품 피해대상 대부분 中企 왜?

상당수 대기업 낭패 경험…투기성 파생거래 최소화<br>정책당국선 환율 급등락 않게 유도해야

KIKO나 스노볼 같은 외환 파생상품의 피해자는 대부분 수출 중소기업이다. 피해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학습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이미 지난 2005년 환헤지를 위해 KIKO와 유사한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 후 대기업들은 이 같은 투기성이 짙은 파생상품 거래를 최소화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2005년 초 1,000원대에서 그 해 10월 1,060원대까지 급등하자 국내외 금융회사나 연구기관들은 한목소리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등 외국계 은행들은 이런 전망을 근거로 환율이 오를 때 헤지 차원을 넘어 짭짤한 이익을 볼 수 있는 ‘녹아웃 타깃 포워드’라는 통화옵션 상품을 내놓았다. 국내 수출 대기업들은 잇달아 이런 장외 파생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서 2006년 5월에는 달러당 930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환율이 떨어지자 환차익은커녕 옵션계약에 묶여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환율을 달러당 1,200원대 전후로 전망하고 재무계획을 짰던 대기업들은 달러당 200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당시 이런 외환옵션 상품을 팔았던 외국계 은행들은 환율을 떨어뜨려 옵션계약을 무효화하는 이른바 ‘녹아웃’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대거 달러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은행들은 파생상품 노하우를 십분 활용,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급변동할 때마다 장외 통화옵션 상품을 국내 은행을 통해 내다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녹아웃 타깃 포워드 상품이 2005년 대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에는 KIKO와 스노볼이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처음에는 외국계 은행에서 개발된 후 국내 은행에 마진을 붙여 넘기는 식으로 유통됐다. 그 후 국내 은행들이 이들 외국계 은행의 상품을 변형, 수정해 독자적인 통화옵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 2005년 외환옵션 파생상품으로 곤욕을 치른 후 이런 파생상품 거래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는 파생상품 피해자가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크게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라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체력이 튼실하지 못해 단 한 번의 파생상품 투자로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파생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언제라도 시장이 급변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이 시장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 정책당국자들이 지나친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 급등을 부추기는 바람에 이번 통화옵션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파생상품 참여자들이 헤지를 통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하고 시장의 충격도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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