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0대그룹계열 벤처사 중기범위 포함(논쟁)

통상산업부가 지난 19일자로 입법예고한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안)」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논란의 쟁점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기업의 경우 규모와 상관없이 중소기업 범위에서 제외하되 벤처기업과 창업투자회사는 예외로 인정키로 한 내용. 이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국가 경쟁력 강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벤처산업육성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게 돼 그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벤처산업을 활성화 할수 있다는 것이 이 법안을 만든 정부와 대기업들의 주장이다. 반면 중소 벤처기업 및 일부 전문가들은 30대 그룹계열 벤처기업을 중소기업으로 예외 인정하는 데 대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런 예외규정은 기존 중소벤처기업들과 예비창업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의 특정성시비에 휘말릴 위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일부에서는 국내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참여하게 되면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을 잠식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벤처기업이란 고유의 의미는 사라지고 대기업의 사업영역확대라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란 극단적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찬반의 주장을 함께 소개한다.<편집자주>◎찬성/창투지원 활성화 기대/풍부한 정보력·경영­관리노하우 전수/새로운 기술개발·경쟁력강화 등 유도/21C 지식집약 산업구조전환에도 도움/이재우 한국경제연 산업연구실장 정부는 최근 기업의 기술개발과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기술은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위해 벤처기업과 창업투자회사는 대기업의 계열사라도 중소기업에 포함되도록 해 벤처기업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조치도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대기업에 대한 특혜이며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취지에 어긋난다는 시비가 일고 있다. 경제정책은 항상 합리적으로 정책취지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만 걸리면 대개 정책목적은 도외시한 채 재벌문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책의 합리성보다는 재벌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육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적 정치논리가 동원되고 실제로 그런 논거가 잘 먹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신업종 발굴에 기여 주지하는 대로 보호위주의 중소기업 정책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좋은 사례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사업참여가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사람이 하고 있다. 경쟁에서 벗어나 고유업종의 보호막에 안주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기술개발의 유인이 별로 없다. 낮은 기술수준은 대기업과의 격차만 더욱 확대시킬 뿐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 역시 취지와 달리 기술개발과 경쟁력제고에 저해 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물량을 배정함으로써 유망기업조차도 진입을 막고 있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정부는 경쟁력제고를 위해 벤처기업육성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방침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산업의 활성화대책이 대기업에 대한 특혜인지는 깊이 따져보지 않으면 안된다. 창업투자회사와 벤처기업은 다가올 21세기 우리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이들은 벤처산업을 발굴하고 신업종을 창출함으로써 우리경제가 지식집약형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기술이 있고 장래성은 있으나 자본이 없는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우리경제에 폭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따라서 대기업이 창업투자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규제완화나 진입장벽 완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벤처기업과 창업투자사의 경제적 중요성을 무시하고 대기업의 참여를 규제한다면 이는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기술은 있으나 자본이 없는 유망 벤처들에 대기업의 창투사 참여를 규제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보자. 자신에게 자금을 공급할 자원이 확대되고 창투사의 선택범위가 넓어지는 기회를 벤처기업가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벤처기업의 입장에서는 대기업 중소기업의 창투사를 구별할 필요가 없으며 저렴하고 조건좋은 자금을 늘리는 방향을 선호할 것이다. 창업투자회사는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의 경영지도나 관리를 통해 벤처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대기업 창투사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와 경영기법을 전수해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외국인에게는 1백%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대기업을 규제할 명분이 없다. ○외국인 투자 증가도 외국업체는 지원하면서 국내 대기업이 투자한 벤처기업이라는 이유때문에 지원조치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창업투자회사와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대기업에도 적용되면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우려에 불과하다.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이 출자한 창업투자회사가 자기계열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미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계열의 창투사라 하더라도 계열확장이 아니라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창투사 본연의 기능으로 경쟁사들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투자한 벤처기업과 창업투자회사도 중소기업 요건에 해당하면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이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정책의 본말이 전도된 결과다. 경제력집중을 이유로 대기업을 규제하는 논리는 아무 정책에나 적용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이 문제가 된다면 그때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면 될 것이다. □약력 ▲부산대 경제학과 ▲미텍사스 A & M 대학교 경 제학박사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반대/예비기업가 의욕 꺾어/대자본에 예속 창의력·혁신능력 저해/특정업종육성하다 불균형초래 우려도/성장기때 대기업과 전략적 제휴 바람직/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이번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령(안)의 취지는 중소기업창업을 활성화하고, 특히 최근에 그 육성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벤처기업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입법예고기간중에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하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우선 개정안중 30대 그룹계열 중소규모 벤쳐기업은 중소기업자로 인정하여 각종 혜택을 똑같이 주겠다는 내용에 대해 중소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일단 반대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TO시비 가능성 정부도 고민 끝에 이러한 안을 낸 것으로 생각이 되나, 몇가지 점들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94년 기존 중소기업관계법에 대한 개편과 정비가 있었다. 그때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하면서 중소기업자의 정의에 종전의 양적기준 중심에서 질적기준을 강화하였다. 품목과 기술의 특성상 중소규모에서 효율성이 높은 분야는 종업원수에 융통성을 부여하고 또한 소유 및 경영의 실질적 독립성이 없는 경우는 중소기업으로서 정책적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질적기준을 적용하게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사실 거대자본에 전속적이지 않은 독립적인 형태로의 중소기업들이 다수 존재할때 시장경제의 효율극대화가 기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으로부터의 소유와 경영의 독립성이란 아주 중요한 기준이었고 중소기업정책으로 볼때도 커다란 진전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령(안)에서 산업구조고도화를 촉진하기 위한 벤처기업육성에 중점을 두어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은 중소기업기본법의 정신에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으며 과연 실익이 있을지도 확신이 안간다. 벤처기업의 속성은 창의력, 혁신력, 틈새시장(market niche)공략, 새로운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것이지 자금력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대규모 기업집단이 계열벤처기업을 통해 벤처사업에 참여할 경우 그 성과도 독립적인 벤처기업에 못 미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점은 선진국의 경험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잠재적인 예비벤처기업가들의 의욕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통산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업종의 경우에 있어서 대기업계열 벤처기업도 중소기업으로 보겠다는 것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특정 업종 운운은 특정산업을 집중육성해서 연쇄효과를 기대하였던 과거 불균형성장전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란 예를 들어 정보통신분야같은 특정업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업종, 기존의 전통분야에까지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자칫 무역개발기구(WTO)의 「특정성(specificity)」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벤처기업은 전형적인 중소규모조직의 속성이고 강점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 유연성,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 경험 참고를 특히 대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성취욕구와 독립성향이 강한 벤처기업가들이 마음껏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수 있게하는데 기본적이고 필요한 조건이다. 마음껏 혁신에 도전하게 하는데는 자유와 자율이 소중하며 자율과 자유를 원천으로 새로운 기술혁신에 뛰어들게 하는 데는 정부나 대자본은 물론 배태조직인 기존조직으로 부터도 독립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벤처기업도 성장·확장기에 이르게되면은 그때는 대기업의 영업망이나 A/S망을 이용하는 전략적 제휴는 바람직하다. 벤처기업이 잘 되기위해서는 가꿔야 할 토양이란 게 있다. 중소기업의 범주에 넣느냐 말거냐의 논의 전단계의 문제다. 우리는 미국의 경험을 통해 벤처기업은 단순한 공업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산업문화의 개념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대기업은 좋고 중소기업은 부끄럽다는 식의 규모에 따른 차별의식이 없다는 것은 미국에서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중요한 배경이다. 이미 벤처기업의 속성은 중소기업임을 분명히하고 작은기업을 일으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하고 존경 받을 수 있는 문화가 미국산업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새로운 미지의 분야에 실패를 무릎쓰고 뛰어 드는 것도 매우 보람있다는 문화가 뿌리 내리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나치게 대기업을 선호하는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중소규모를 부끄럽게 느끼게 하는 문화는 없는 것인지부터 점검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약력 ▲서울대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경영 과학)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연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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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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