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英圭 (산업부 차장)국내에서 벤처창업 열풍이 분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방침을 발표할 때마다 꼭 등장하는 것이 벤처지원책이고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5월말 현재 중소기업청이 인정한 벤처기업의 수는 모두 3,144개사. 지난해 5월 벤처기업 확인서를 처음 발급한 이후 1년만에 무려 3,000개사를 돌파했다. 벤처창업의 열기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1월에만 확인서를 발급받은 업체가 91개사로 저조할 뿐 시간이 흐르면서 매달 평균 250여개사를 웃돌고 있다.
특허기술제품 매출이 총매출의 50%를 넘는 「특허·신기술기업」이 전체의 40.1%인 1,263개사, 총매출액중 5%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한 「연구개발투자기업」이 29.8%인 937개사다.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조합의 투자액이 자본금의 10%(주식액면가)이상인 「벤처캐피털기업」은 19.3%인 606개사,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벤처평가기업」은 10.8%인 338개사에 달했다.
R&D비중도 평균 24억원으로 일반기업의 7,000만원에 비해 33배나 높아 고수익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표면적으로 보면 벤처는 우리나라 경제를 단숨에 선진국으로 이끌 「백마탄 기사」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을 지향하고 회사를 설립하는 곳이 하루에도 몇십개 업체에 달한다고 한다. 자본금도 대부분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이들이 자랑하는 신기술의 실체도 대부분 다른 나라의 기술을 응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곳은 그야말로 몇곳에 지나지 않는다.
벤처기업은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국내의 벤처기업가중 고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에 뛰어든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가 「고수익」만을 바라볼 뿐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틈만 나면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외쳤고 실제로 한달이 멀다하고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 벤처기업 하나 육성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일단 인정만 받고 나면 여기저기서 돈을 얻을 수 있는데 누구 안하겠느냐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0.01%가 채 안된다고 한다. 1만개가 창업해서 1곳이 성공하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위험은 모두 업체 자신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선진국이라고 안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험없는 벤처」는 벤처가 아니다. 「한국형」등과 같은 수식어가 붙는 한 벤처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