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내에서 활약했던 ‘덕수상고맨’들의 신화가 새 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불어닥친 고위직 관료의 거센 구조조정 태풍 속에서도 이들은 상고 특유의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적 생존 각오로 살아 남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과천 관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제 콘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장ㆍ차관 및 1급 이상 고위직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꺼질 줄 알았던 덕수상고 신화가 다시 살아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하더라도 기획재정부 태동의 모태였던 옛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에는 나라곳간을 책임지던 두 핵심 요직을 덕수상고 출신들이 독식해 화제를 뿌렸다. 바로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과 허용석(사진) 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이다. 반 전 차관은 덕수상고 22회(1977년 졸업)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상고 졸업 후 외환은행에 입사, 야간대학(국제대학 법학과)을 다니며 고시를 준비했다. 이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전형적인 입지전적 행정관료였다. 반 전 차관의 고교 2년 후배인 허 실장 역시 넉넉하지 않은 형편 때문에 덕수상고에 입학, 졸업 후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때 일찌감치 공인회계사(CPA) 자격증까지 따낸 ‘천재’ 관료로 꼽혀왔다. 이들이 새 정부 들어 줄줄이 퇴임하거나 외청으로 떠나면서 기획재정부 내 덕수상고의 명맥은 사실상 끊기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가 실장급 고위공무원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예측은 빗나갔다. 김동수(사진) 전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차관보로 ‘영전’ 하면서 또다시 덕수상고의 신화에 불을 지핀 것. 행시 22회이자 덕수상고 19회 졸업생인 김 차관보는 재경부와 기획처 통합으로 대폭 늘어난 고위관료들 사이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차관보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김 차관보는 “전통적으로 경제 형편이 어려우면서도 공부할 의욕을 가진 이들이 덕수상고에 많이 입학했다”며 “이런 의욕에서 공부를 하고 생활하는 게 상고 출신들이 갖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정부 외청인 관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허 전 세제실장 역시 새 정부 내에서 얼마든지 재기할 역량을 품고 있어 경제 콘트롤타워 내 덕수상고 신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