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북부 뉴욕주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뉴욕 맨해튼 맞은 편에 위치한 뉴왁(Newark)지역. 이곳은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3개주(州)에 걸쳐있는 뉴욕 대도시권에 포함된 곳으로 과거 번성했던 공업기반의 도시들이 급속히 쇠퇴하자 지역재생사업을 통해 도시 회생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3개 주의 지역간 협력을 통해 지역 재개발과 환경보존 사업이 빛을 보면서 도시재생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도시가 되살아 나고 있다는 것은 인구변화에서 알 수 있다. 지난 70~90년 뉴왁시 주변 에식스, 허드슨, 유니온, 버겐 등 대표적 카운티(郡)들의 인구는 10% 이상 감소했지만 90년 이후 10년 동안 6% 정도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왁지역도 미 동부의 다른 도시들처럼 도심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자본과 일자리를 따라 도시외곽지역과 교외지역으로 도시가 무분별하게 팽창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이 도심 쇠퇴와 `무작정 외곽으로 뻗어가는 팽창(sprawl)`을 해결하기 위해 에식스 카운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통 및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옛 공장부지들의 오염지역 및 주거지역의 재개발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단순히 외곽지역의 개발을 제한 하기보다 도심 기능을 높이는 도시성장정책과 함께 빈민가에 임대주택을 늘리는 대신 주민들의 자력능력을 북돋는 공공주택정책 등 지속발전 가능한 모델이 미국의 도시정책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명한 성장(Smart Growth)`= 미국도 도시 외곽 저밀도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이 교통난, 환경오염, 소득계층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사정과 크게 다르지않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2~97년 5년 동안 미국 내 개발면적은 220만에이커(약 26억9,280만평)정도로 80년대 10년 동안 개발된 땅의 1.5배에 달했다.
이 같은 빠른 개발속도가 지속될 경우 사회적 비용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정부와 학계의 판단이다. 이미 현재 1억626만가구에 달하는 가구수는 2010년까지 1,010만가구가 더 늘어나고 2020년까지 자동차도 4,800만~6,200만대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설교통부와 비슷한 성격의 미 주택도시부(HUD)의 앨번 램 국장은 “도시 분산ㆍ확산에 따른 교통, 환경문제가 심화될 것 ”이라며 “`현명한 성장`에 근간을 둔 지자체들의 도시 성장ㆍ관리정책은 무분별한 도시확장을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왁시가 위치한 뉴저지주는 `현명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Grant)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도시 내 녹지기반 확보를 위해 녹색한계를 설정하고 도시간 교통망 구축, 고용 및 주거지역을 기존도시로 유도하는 지자체들에게 매년 3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권의 주들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부기관, 비영리기관 등이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오염지대 재개발사업 등을 추진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민간협의체인 지역계획협회(RPA)는 뉴욕대도시권의 도시계획 등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한다. 또 주정부간 협의에 의해 조직된 뉴욕-뉴저지 항만청(PA NY/NJ)은 이 지역에 위치한 항만, 공항, 교량, 터널 등 교통 및 통신시설을 통합관리해 수송 능력 효율을 높이고 있다.
◇새로운 공공주택정책 `호프6`= 지난 29년 대공황 이후 수립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도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공동체 재건에 초점을 맞춰 바꾸고 있다.
지난 37년 이후 공공주택정책을 통해 140만가구 이상이 빈곤층에 제공됐지만 주택공급만으로 슬럼가 주민들의 빈곤과 고립이 심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미 주택도시국은 90년대 초 단순히 집을 제공하는 공공주택공급 정책은 포기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인 `호프6(HOPE6)`를 도입했다.
워싱턴시 외곽 북동쪽으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휠러크리크(Wheeler Creek estates)는 `호프6`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지역으로 꼽힌다. 흑인거주지역인 이곳은 마약사범 등 우범지역이었지만 97년부터 주택신축 사업 등을 통해 최근 314개 주택규모의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변모했다. 100가구 규모의 노인전용 공동주택에는 각종 레저, 여가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슬럼가 개발 등 전국 130개 공공주택개발사업에 지난 6년 동안 총 42억달러가 지원됐다.
콜롬비아주택청(DCHA) 폴 로우 과장은 “쾌적한 주거환경은 물론 주민들의 재활교육을 지원하는 등 공동체 자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노동력을 투입해 일정기간 염가임대 후 소유권을 주는 제공형 가옥 소유제도(Sweat equity) 등도 호프6 프로그램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공공주택 제공과 함께 문맹퇴치 교육, 직업교육, 보건지원, 지역치안 지원, 마약치료 등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낮은 정착률과 고립화를 해소하고 있다는 게 주택도시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는 수많은 빈민지역 가운데 일부만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호프6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휠러크리크와 같은 도시외곽지역보다 뉴욕 도심의 할램(Harlem)가 처럼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더 낙후돼 있지만 주거개선 및 공동체 재건사업이 시도 조차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