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매매女 "우리가 죽으면 범인은 여성단체"

단식 10일째…15명으로 시작, 병원 실려가고 9명 남아 "출구가 없다"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옛 한나라당사 앞 버스정류장 한편에 세워진 푸른색 비닐 천막안에서는 열흘째 `외로운' 단식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성매매특별법 단속으로 생계가 끊겼다'며 지난 1일 무작정 국회가 보이는 여의도의 길바닥으로 나선 전국 각지역에서 모인 성매매 여성 대표 10여명. 15명으로 시작된 단식농성단은 하나 둘 병원으로 실려가 지금은 9명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아있는 여성들도 초겨울 날씨에다 한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침낭에 몸을 담은채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다. 평소 집회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 여성에게 단식농성은 예상보다 큰 고통이 뒤따랐다. 창백한 얼굴로 일어날 힘도 없는 이순영(이하 가명.29)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단식이 너무 힘들어 쌀 한 톨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라며 "하지만 여기서죽으나 `가게'에서 굶어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들을 보는 주위의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았다. 천막 옆 건물의 화장실을 쓰는 데도 눈치를 봐야 했고 단식농성 천막이 하필이면 버스정류장인 탓에 불평을 늘어놓는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다 보니 얼굴이 익숙해진 시민들이 물을 갖다주며 `오죽했으면 이런 곳에 나왔겠느냐'고 격려의 말도 건넬 정도로 이들도 이젠 단식농성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 집회신고를 냈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단식을 하다가 천막안에서 쓰러질 각오다. 열흘이 지나니 이제 오기도 생겼다. 길 건너편에서 함께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도 가끔 찾아와 `단식 요령'도 가르쳐 주고 서로 격려를 해주는 `이웃'이 됐다. 이들은 "그 사람들(여성단체)은 우리를 수치로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우리를 생각했다면 이 곳에 한번이라도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여성단체에 대한적대감 섞인 불만을 쏟아놓았다. 김선희(27)씨는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범인은 여성단체"라며 "집창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여성단체의 지원도 국가의 도움도 필요없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정민영(30)씨는 "악덕업주를 잡아들이는 그 법은 우리들한테 정말 좋은 법"이라며 "하지만 집창촌의 악덕업주도 4∼5년전 일인데 법을 만들고 `표시'를 내려고 정말 문제되는 곳은 놔두고 집창촌을 토끼몰이식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교육을 받아 새 직업을 가지면 되지 않느냐'는질문에 "모르는 소리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식당에서 설거지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은 버는데 굳이 직업교육을 받겠느냐"며 "한 달에 50만원을 주는 직업교육을 받아서 언제 직장을 잡고 가족을 먹여살리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모포와 침낭에 몸을 묻은 여성들은 "우리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며 지친 얼굴로 비를 막으려고 쳐 놓은 비닐 밖 풍경을 힘없이 바라봤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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