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HSBC, 외환銀 인수 포기] HSBC, 정부에 또 '미운털'

금융위 "일방적 계약 파기 유감"…공개적으로 불쾌감 표현


한국과 HSBC 간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19일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에 대한 정부 공식 논평에서 “일방적 계약파기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쾌한 심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HSBC는 원래 그렇다“며 “외환위기 때도 HSBC는 우리 정부에 적잖은 상처를 줬는데 이번에도 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김 국장만의 감정이 아니다. 외환위기 때 금융을 담당했고 현재는 기획재정부ㆍ금융위 등의 고위직에 있는 관료들은 HSBC에 대해 절대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HSBC가 우리 정부에 미운 털이 박히게 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 정부는 제일은행 매각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매각에 참여했던 당사자가 바로 HSBC와 뉴브리지컨소시엄 두 곳이었다. 정부는 제일은행 인수자로 HSBC를 사실상 낙점하고 많은 구애작전을 폈다. 그러나 최종 인수제안서에서 HSBC는 무리한 요구를 내걸었다. 급기야 정부는 HSBC 측에 대외비인 뉴브리지의 세부 인수조건까지 보여주며 조건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HSBC는 한국 정부의 이 같은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인수하게 됐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HSBC 안은 한마디로 외환위기로 궁지에 몰린 한국 정부를 깔보는 수준의 조건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국 정부를 얕보는 HSBC의 행동은 계속된다. 1999년 서울은행 매각 때다. 당시 HSBC는 금융당국과 서울은행 인수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당연히 HSBC가 인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HSBC가 막판에 너무 비싸다며 인수포기를 선언해 우리 정부를 당혹하게 했다. 당시 HSBC가 국내 은행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기까지 했다. 두 번의 치욕을 경험한 정부. 이번 HSBC의 외환은행 인수 때에는 ‘과거’를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 결과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정부는 외환은행을 HSBC로 넘기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헐값매각 재판 전에 외환은행을 HSBC로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HSBC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 우리 정부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로 만들었다. 미운 털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뿌리 깊게 박힌 셈이다. HSBC는 계약파기 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기존 비즈니스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는 생명“이라며 “HSBC와 한국 정부 간의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운 단계까지 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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