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학교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워싱턴포스트 4월19일자
버지니아에서는 권총을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점이 버지니아공대 참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버지니아주 법에 따르면 누구나 간단한 신원조회만으로 총을 소유ㆍ휴대할 수 있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조승희씨가 정서불안 증세를 보였음에도 한 달 전 총포상에서 ‘9㎜ 글록’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주법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방증한다. 이는 총기에 대한 미국의 ‘편집적인 집착’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번 참사로 총기 관련 단체의 로비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다. 지난 99년 컬럼바인고등학교의 참극도 총기 관련 법안을 강화하는 노력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이번 버지니아공대 사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는 이런 죽음의 폭력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빠듯한 예산에 묶인 대학들도 비상사태에 대비해 유사시 학생과 대학 전직원들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장 경비대가 캠퍼스를 배회하지 않아도 보안유지가 가능해진다.
대학당국은 사건 당일 첫번째 총기난사를 ‘단순 총기사건’으로 단정하고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학생들에게 주의를 요하는 e메일을 보냈다. 당시 2만6,000명의 전체 학생 중 반 이상이 이미 등교를 했거나 오는 중이었을 것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나 미흡한 대처방식이었다.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연락망 설비가 시급하다. 전용 블로그나 '페이스북'과 같은 인맥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기숙사에서는 안내방송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개인적인 이유로 촉발된 범죄의 경우 사전 제어는 불가능하다. 방어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해도 버지니아공대의 비극과 같은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상황전달이 좀더 빨랐더라면 무고한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버지니아공대는 주어진 시간 안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사태전달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버지니아공대뿐 아니라 미국 전대학에 걸쳐 보안시스템과 연락망을 재검토ㆍ활성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깨달았듯 대학도 이제는 만연하는 폭력을 피해갈 수 있는 ‘무풍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4/19 16:37